책머리에

1.

이 책은 《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2013)에 이은 두 번째 저

서이다. 《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가 한국 사료를 가지고 일

본 주장을 반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일본 사료로써 한

국의 영유권을 입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일본은 1877년에 태정관(太政官) 지령으로 독도 영유권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지령을 언급한 바가 없

고,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나뉜다. 최근에 일부 학자들이 지령으

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부인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이 영유권을 부인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바로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했음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한국의 영유권은 한국

스스로 입증하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독도(獨島)’는 울릉도보다 더 멀리 한국

본토로부터 떨어져 있는 고도(孤島)이다. 조선시대에는 해금(海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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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시행했으므로 울릉도보다 먼 독도를 오가는 일은 드물었다.

설사 울릉도를 갔다 왔을지라도 그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했던 만

큼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맑은 날 울릉

도에서 우산도(독도)가 보인다”고 기술한 사실은 15세기 초부터 보

인다. 이와 달리 일본 오키 섬에서는 독도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외무성은 거리의 근접성이 국제법상 영유권의 인정과는 관계없다

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에도(江戸)막부의 판단 기준은 온전히 거리

관계였다.

일본은 울릉도의 자원을 침탈하고자 이 섬을 드나들다가 독도에

서 정박하곤 했는데, 이런 사실이 기록으로 나타나는 것은 17세기

초이다. 일본에서 ‘마쓰시마’ 즉 독도에 관한 기록이 한국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다케시마(울릉도)’와 ‘마쓰

시마(독도)’가 한 셋트로 언급되고 있었다. 일본이 노린 것은 울릉도

였고, 17세기 후반 이 섬의 영유권을 두고 두 나라가 다투었을 때도

두 섬을 따로 나누어 다룬 적은 없었다. 울릉도를 둘러싸고 1693년

에 시작된 영유권 분쟁은 1696년 에도막부가 도해금지령을 내고 이

어 1699년 쓰시마번이 사건의 종결을 알리는 외교문서를 보내옴으

로써 완전히 매듭지어졌다. 1876~1877년 내무성과 태정관의 처리

는 이들 문서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므로 태정관

지령은 국내문서이므로 한국과는 상관없으니 한국령임을 한국 스

스로 입증하라는 일본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령의 성립 경

위를 알고 있는 학자라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흔쾌히 인

정해야 마땅하다.

일본은 태정관 지령이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논리가 궁색하다고 여겨서인지, 지령 이후의 상황을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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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이 1877년 당시 독도가 한국령이

었음을 인정했다 할지라도 1900년경에 한국인들이 독도를 인식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시기에 일본인

들은 독도에서 어로활동을 하며 실제적 경영(실효 지배)을 해왔으므

로 그것을 바탕으로 1905년에 독도를 ‘편입’한 조치는 근대 국제법

적으로도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태정관 지령이 아니라 그 이후의 역사적 전개라는 것

이 일본의 주장이다.

일본의 주장대로 1900년 전후 한국이 독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

었는가?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는 독도를 인식하고 이 섬에

대하여 관할권을 행사해왔음을 보여준다. 칙령에 울도 군수의 관할

구역으로 ‘석도’ 즉 ‘독도’를 명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1

차적으로는 칙령의 ‘석도’가 ‘독도’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나아가 “칙령의 ‘석도’가 ‘독도’라 할지라도 칙령 공포 앞뒤로 한국인

이 독도를 ‘실효 지배’한 사실이 없으므로 영유권은 확립되지 않았

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칙령의 ‘석도’가 ‘독도’임을 인정하는 논리

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관할구역에 ‘독도’를 포함시킨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실효 지배’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 외무성은 2008년도 홈페이지에 이른바 ‘10포인트’를 게재할

때도 ‘실효 지배’를 운운했는데, 우리는 대한제국 칙령이 독도에 대

한 주권 행사의 증거이자 ‘실효 지배’의 증거임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2010년 말 울릉군청 문화관광과가 〈울도군 절목(鬱

島郡節目)〉(1902)을 관련 학자들에게 제공한 일이 있었다. 사료를 번

역해보니, 대한제국이 칙령을 낸 뒤에도 계속 울도군을 관리해왔음

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안에 세금 관련 규정이 있다는 사실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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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할 만했다. 그러나 당시는 이 규정을 ‘독도 강치’와 연관 지을 생

각을 하지 못했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서 ‘울릉도 수출품목’ 안에

‘독도(원문은 리양코 도) 강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에야 〈울도군 절목〉의 세금 규정이 ‘독도 강치’에도 적용된다는 생

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수세 관행과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 수록)를 발표했고, 이로써 한국의 ‘실효 지배’

가 입증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논문이 발표된 뒤 ‘〈울도군 절

목〉은 허위문서다’, ‘수출업자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인데 저자

가 해석을 잘못했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하던 가운데, 2013년 초 홍성근 박사가 영

국에서 ‘라포르트 보고서’를 찾아 관련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문

서는 1899년 6월 부산해관의 관리 라포르트(E. Laporte)가 울릉도 도

감 배계주(裵季周), 일본 외무성 관리와 함께 이틀 동안 울릉도 일본

인의 침탈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문서로 1899년

당시 수출화물에 대한 납세자가 일본인임이 입증되었고, 이 밖에도

여러 문서가 1900년 이후 일본인의 납세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이

로써 1905년 이전 울릉도의 일본인들이 ‘수출세’를 납부했다는 사실

을 밝혔고, 일본인들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인식, 군수의

관할권을 인정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울릉도의 일본인이 울도군에 납부했다면, 오키

의 일본인도 시마네현에 납부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양쪽이 똑같이

‘실효 지배’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이에 1905년 이전 시마네현민이 현에 납세했는지가 다시 쟁점이 되

었다. 마침 일본 교민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해 시마네현에 갈 일이

있었다. 짬을 내어 현립도서관에서 1890년대 이래 시마네현의 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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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 자료와 현령 모음집을 찾았고 나중에 자료 보강이 필요

해서 다시 한번 도서관을 찾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일본 지

방세와 강치어업”에 관한 논문이다. 이 논문이 발표된 뒤에는 고유

영토론과 무주지 선점론 사이를 임의로 취사하며 논리를 개변(改變)

해온 일본이 ‘실효 지배’의 논리를 다시 어떻게 바꿀지가 자못 궁금

하다.

이렇듯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긴 시

간이 소요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사료의 축

적과 올바른 해석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실효 지배’ 입증을 위해

동원된 사료는 칙령 말고도 절목과 라포르트 보고서, 외무성 자료,

어업통계, 법령 등 다양하다. 이들은 별개의 사료였지만 하나의 사

료로 말미암아 다른 사실이 밝혀지고, 이는 또 다른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 결과적으로는 각각 ‘실효 지배’의 입증 자료로

서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쓴 문서 발굴에만 매달리고 있

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직접적으로 명기한 문서를 발굴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발굴하지 못했듯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 우리가 칙령의 ‘석도(石島)’가 ‘독도(獨島)’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칙령 하나에 매달린 것이 아니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보면, “본군 소속 독도”를 처음 언급한 1906년의 심흥택

보고서 부본은, 1947년 ‘울릉도독도학술조사대’가 울릉도청(鬱陵島

廳)에서 발굴한 바 있다. 이때 역사학자 신석호는 ‘독도’를 돌섬·독

섬과 연관지었으나, ‘석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사대의

일원이었던 국어학자 방종현이 ‘독도’를 실견한 뒤 섬의 명칭이 ‘석

도’와 관계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때는 칙령의 존재가 알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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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전이다. 1953년에 최남선은 독도의 속칭으로 ‘독섬’을 언급하되

‘독섬〔甕島〕’과 연관지은 데 그쳤지만, 처음으로 1900년 10월 칙령의

존재를 언급했다. 다만 최남선은 칙령의 ‘석도’는 주목하지 않아,

‘석도’가 울도군의 행정관할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인식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때까지는 ‘독도’가 칙령 제41호의 ‘석도’와는

분리된 채 ‘돌섬·독섬’과의 연관 속에서만 언급되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런데 칙령의 ‘석도’를 ‘독도’와 연관지은 것은 1969년 법학자

이한기에 와서이다. 이어 1978년에 송병기 선생은 ‘독섬(돌섬)’의 뜻

을 취하면 ‘석도’, 음을 따르면 ‘독도’가 되며 이때의 ‘석도’는 1906

년 보고서의 ‘독도’와 일치한다고 보았다. 이로써 1900년의 ‘석도=

돌섬·독섬’과 1906년의 ‘독도’와의 연관구조가 제대로 밝혀졌다.

당시 송병기 선생은 방종현의 글을 접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듯

우리가 대한제국 칙령의 ‘석도’가 ‘독도’라고 주장하기까지에는 거의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 활용된 것이 사료 및

언어학적 방증이었다.

사료의 측면에서 본다면, 1987년에 일본 학자가 태정관 지령을

발굴하여 발표한 뒤에도 양국에서는 계속 사료가 발굴되었다. 2005

년에는 무라카미 집안이 소장하던 이른바 1696년의 ‘각서’가 발표

되었고, 태정관 지령 첨부지도인 〈이소타케시마 약도〉가 우루시자

키 목사에 의해 발표되었다. 2006년에는 김기혁 교수가 박세당의

〈울릉도〉(1696년 이후)를 장서각에서 찾아냈다. 2009년에는 재일 교

포 이양수 씨가 ‘총리부령 24호’(1951)를 발굴했다. 2010년에 〈울도

군 절목〉, 2011년에 숙종 시대의 〈책문〉, 2013년에 고종의 밀명을

받고 울릉도에 특파된 이명우의 글 〈鬱陵島記〉(1882년 이후)를 저자

가 소개했다. 이 해에 라포르트 보고서도 발표되었다. 이들의 증거

능력은 각기 다르지만 울릉도·독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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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에 유리한 문서임은 분명하다. 이것이 우리가 사료 발굴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저자가 독도 연구를 재미있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독도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저자의 생각을 2013년의 책에서 펼

친 바 있다. 긴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그때와 비교해볼 때 연

구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독도 관련 연구기관들은

보고서와 자료를 제공하는 데 여전히 인색하다. 독도 사료 전반을

아우르는 아카이브도 구축되지 못했다. 한 해에 100편이 넘는 연구

성과물(저널 포함)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의 연구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통설로 여기는 내용 가운데 재검토되어야 할 내용도

적지 않다. 연구서를 보면, 1차 사료를 원문 소장자로부터 제공받

거나 저술에서 재인용했음이 분명한데도 제공자와 저술을 밝히지

않는 비례(非禮)도 그대로이다. 번역서도 새로 많이 나왔지만, 오역

(誤譯)이 적고 충실한 역주(譯註)와 해제를 실은 것은 손가락으로 꼽

을 정도다. 저서 및 홍보자료의 용어를 보더라도, 각 기관이 발행하

는 부교재와 팸플릿에는 여전히 ‘다케시마 도해금지령’과 ‘죽도 도

해금지령’, ‘울릉도 도해금지령’이 혼재되어 있어 독자에게 혼돈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우려할 만한 일이 더 늘었다. ‘독도’가 국민적 관심사다

보니,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하는 일

이 늘어나고 있는데, 점차 그 도를 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행태

는 여러 가지여서, 이른바 ‘독도 전문가’의 이름으로 수준 낮은 논

저를 양산하는 데 일조하거나, 새로 발굴한 사료임을 내세워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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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사실을 언론에 제공하는 경우, 그리고 독도 관련 이벤트나 사업

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독도 연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젊은 연구자 가

운데 처음부터 ‘독도’를 주제로 연구하는 이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

할 만한 일이지만, 저자처럼 관련 연구기관에 속한 것을 계기로, 또

는 의도적으로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수십 년간 축적

된 선행 연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단기간의 단편적인 지식에

의거하다 보니, 사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새로 발

견된 사료임을 내세워 잘못된 사실을 언론에 제공하는 경우로, 가

장 자주 일어나는 것이 지도에 관한 오보이다. “일본이 독도를 한

국령으로 표기(인정, 승인)한 지도를 발굴했다”는 기사는 잊을 만하

면 나온다. 지도가 국제법상 갖는 증거력은 지도의 성격에 따라 차

이가 크다. 지도의 국제법적 증거력은 태정관 지령 첨부지도처럼

공문서에 첨부된 경우가 가장 크다. 그 밖의 경우라면, 일본이 편입

이후에도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기했는지, 강화조약 준비과정에서

는 초안 작성과정에 첨부된 지도인지, 일본 국회비준과정에서는 부

속지도인지 참고자료인지, 중의원·참의원에 둘 다 제출되었는지,

국회에서도 독도를 한국령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구분되어야

하고, 이것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

우라도 국가 의사를 표현한 공문서의 부속지도가 아닌 한, 지도상

에 그려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역사·지리적)인식’과 ‘(국제법적)효력’은 엄연히 다르지만, 제

보자가 관련 정보를 올바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언론은 임의로 윤

색하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과장된 헤드라인만 접하게 된다. 언

론의 보도로 인한 폐해는 저자 역시 경험한 바 있기에 지금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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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운데, 이는 연구자들이 늘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더구나 제보

자 자신이 처음 접하면, 그 문서나 지도는 ‘최초 발굴’이 되어 보도

되고, 이어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일본인의 비웃음이다. 인터

넷만 검색해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전문가의 검증도 거치지 않

고 보도하는 데서 오는 폐해이다. 한편 일부 학자가 독도 연구사업

의 성장에 편승하여 역사적 사실을 왜곡, 특정 인물을 과대평가하

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인물의 출신지역 자치체는 학자의

평가에 기대어 인물 현창(顯彰)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그 부

작용 가운데 하나가 불필요한 박물관과 기념관의 신설이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곡학아세(曲學阿世)가 될 수 있음을 연구자들은 경계해

야 할 것이다.

이렇듯 학자로서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우려할 만한 행태는 근절

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제보 범위도 군위안부, 강제징용,

쓰시마로 확대되고 있다. 독도 및 한일관계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

이든 보도할 만하다고 여기는, 성찰 없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자

성(自省)적인 발언이나 일본에 우호적인 발언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행태를 방조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영토문제와 과거

사 문제에 관한 한, 제보자와 언론사 모두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

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 뒤라도 권위

자가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 1905년 시마네현 고시 제40호의 원

본이 소실되었다고 하여 ‘편입’의 국제법적 효력 무효를 운운하며

일본 재판소에 제소한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법학자 사이에 의견

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저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독도에는 이

미 충분한 시설물이 있고, 우리나라가 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시설물 증가는 ‘영유권 강화’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이 국제법학자 대부분의 견해지만, 우리 정부 부처는 혼선을 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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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정치인들은 이를 비판의 호재로 이용한다. 저자가 감히 이런

연구 외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묵인이

울릉도·독도 영유권 확립 및 수호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선인(先人)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대체로 연구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실을 쓰기에, 자신의 오

류를 스스로 알기는 쉽지 않다. 특히 사료 해석에는 늘 오역(誤譯)의

우려가 있기에 오류가 있다면 질정(質正)받는 것이 오히려 연구자로

서는 고마운 일이다. 오류가 있음에도 질정받지 못한다면 같은 오

류를 반복할 것이기에 연구자에게도 좋지 않다. 그런데 도리어 질

정하는 자가 틀린 경우라면 질정자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 수가 있

다. 섣부른 질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

사회는 질정과 비난, 비판이 뒤섞여 행해지고 있다. 통설에 갇혀 제

대로 질정하지 못하는가 하면, 반대로 근거 있는 비판 대신 근거 없

는 비난이 행해지기도 한다. 연구자에게 질정과 비난, 비판은 모두

분발을 촉진하는 요소이며, 이 책도 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박학하지 못한 저자의 지식 탓에 이 책을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

움이 있었다. 특히 일본의 정치제도와 일본 사료에 대한 부족한 지

식과 불완전한 이해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태정관 지령 관

련 문서는 많은 부분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 원문을 대조해보니 해

독이 불가능하거나 알기 어려운 물명(物名)도 있었다. 어업과 관련

된 내용에서는, 어구와 어망, 어업세와 관련된 지방세 내용이 생

소한지라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관련 서적을 뒤져봐도 이해되

지 않을 때는 서적의 저자 및 국내외 전문가를 찾아 전자우편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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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실례를 무릅쓰고 여쭐 수밖에 없었다. 이분들의 도움이 아니

었다면, 이 책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가 평소 자료 면에

서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분은 재일(在日) 연구자 박병섭 선생이시

다. 선생께서 개인적으로 사이트를 구축하여 게재한 사료·자료들

은 국내 유수의 기관 사이트보다 충실하고 유용하다. 저자가 사이

트상에 없는 자료를 요청할 때도 선생께서는 기꺼이 제공하셨다.

늘 새로운 주제를 탐색하고 전거(典據)에 충실한 선생의 자세는 저

자를 부끄럽게 한다. 국방대학교 김병렬 교수께서는 저자가 국제

법 내용을 문의할 때마다, 그리고 미완성의 원고를 보여드리며 의

견을 구할 때마다 바쁘신 가운데 큰 가르침을 주셨다. 일본의 주장

과 반박논리에 가장 정통한 분이라고 여겨 저자가 많이 성가시게

해드렸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그리고 퇴사한 뒤에도 물

심양면으로 지원해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옛 동료들에게도 감

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흔쾌히 출판을 허락

해주신 지식산업사 사장님께 감사드리고, 편집진의 노고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15년 10월

유미림

차 례

 책머리에 / 5

1장 일본이 부인한 자국의 독도 영유권…………………………………19

1. 태정관 지령과 일본의 ‘독도’영유권 부인 / 20

2. 태정관 지령 이후 ‘다케시마’호칭 혼란과 ‘竹島’ / 125

2장 일본이 인정한 한국의 독도 영유권………………………………167

1. 1900년 칙령 제41호 전후 울릉도 일본인의 납세 / 168

2. 1905년 전후 일본 지방세와 강치어업, 그리고 독도 / 225

3장 일본이 왜곡한 사실…………………………………………………277

1. 일본이 인용한 중국문헌의 ‘竹島’: 연원과 계보, 그리고 왜곡 / 278

2. 일본 외무성 홍보자료의 변화와 시사점 / 326

4장 보론: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365

1. 숙종은 ‘다케시마’로 불렀을까, ‘죽도’로 불렀을까? / 366

2. 가제냐, 강치냐: 호칭의 유래와 변천에 관한 소고 / 402

참고문헌/ 427

출전 / 436

부록 / 437

유미림(柳美林)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정치학 박사)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 수료

일본 도쿄대학교 법학정치학연구과 수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역임

현재 한아문화연구소(韓亞文化硏究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