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는 세계 어느 곳 누구나 동경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서정시는 소설과 달리,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같은 양상을 반복해 보여주는 단일체이다. 화엄철학의 용어를 빌리면 소설이 ‘하나가 전부이고(一卽多)’, 서정시가 ‘전부가 하나(多卽一)’이라고 할 수 있다. 생극론으로 말하자면 자아와 세계의 대결인 소설은 ‘상생이 상극’임을 보여주고, 세계의 자아화인 서정시는 ‘상극이 상생’임을 말해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첫째, 세계의 뛰어난 서정시들을 모아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고, 둘째, 작품 자체로 이해하되, 셋째, 그 주제를 노래한 동서고금의 여러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이해를 심화시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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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마음의 바다의 첫 책 《서정시》 시리즈, 시의 바다에서 찾는 내마음과 그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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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산업사의 문예 전문 자회사 ‘내마음의 바다’에서 첫 출간되는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 1-6》는 조동일 교수의 야심작이다. 7개 언어(韓 ․ 漢 ․ 日 ․ 英 ․ 佛 ․ 中 ․ 獨)의 전 세계의 명시를 엮어 번역하고 해설했다. 《한국문학통사》에서 시작하여 《세계문학사의 전개》로 나아갔던 조동일 교수는 그로부터 얻은 식견으로 서정시들을 한 단계 깊이 통찰하여 연주한다. 서정시는‘전부가 하나(多卽一)’,‘상극(相克)이 상생(相生)’인 특성을 가졌으며 ‘세계의 自我化’이자 ‘단일체’이다. 따라서 엮은이는 세계의 시들을 한자리에 주제별로 모아 시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작품 자체로 이해하려 했다. 독자들은 마음에 맞는 주제의 세계의 명시들을 한자리에서 깊이 있고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1권 《실향의 노래》에서 엮은이는 시인들이 결핍의 하나로서 실향을 노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물리적 또는 심리적인 것이든 고향을 잃은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망국과 분단의 아픔까지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이 노래가 이중, 삼중으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13 ․ 14장에 나오는 아프리카, 인도, 월남 등 약자의 외침이 잔향처럼 들리는 듯하다.

  2권 《이별의 노래》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 삶의 거울과도 같다. 엮은이는 이별시를 통해서 가누기 힘든 이별의 슬픔을 한 차원 승화시키는 대안을 제시한다. 능동적으로 이별을 선택하거나 미적으로 수용하는 방식(17 ․ 18 ․ 19장의 타고르, 한용운의 시)이 그것이다.

  3권 《유랑의 노래》는 떠남과 머무름(회귀)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나그네의 노래(〈겨울 나그네〉, 〈방랑자〉)만이 아니라 바다를 향한 시인의 열망과 의지에 찬 외침(말라르메, 〈바다의 미풍〉)도 들을 수 있다.

  4권 《위안의 노래》에서는 시적 자아가 위안을 삼는 꽃과 초목, 사계절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장마다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시와 어우러진다. 또한 상징주의 시를 연구하였고, 연륜이 풍부하며, 논리가 정연한 엮은이의 시 해설(제10장의 월산대군의 시 해제, 제11장 이현보, 말라르메의 시 해제)이 특히 돋보인다.

  5권의 《자성의 노래》는 시인 자신의 외모와 내면, 생애만이 아니라 분신도 비춰지는 거울과도 같다. 자아의 ‘객관화’에 주력한 시인들의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을 주며, 독자들도 옷깃을 여미게 된다.

  힘없는 서민들의 고통스런 비명이라고 할 수 있는 6권 《항변의 노래》는 현 시국과 맞물려 더욱 큰 메시지로 다가온다. 약자들의 ‘불꽃’(플런키트, 〈불꽃〉)과 ‘성난 물결’(디오프, 〈물결〉)은 다가올 그날에 ‘자유의 쓰디쓴 맛이 나는 열매’(디오프의 〈아프리카, 나의 아프리카〉)로 맺어질 것이다. 

   이 《서정시》 시리즈는 한국 시문학 출판 분야만이 아니라 세계문학의 출판 분야에서도 전무후무한 특별한 발상의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번역의 수준과 해설 내용의 탁월성의 측면에서 독보적인 시 엮음집인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오늘의 우리에게 값진 선물을 보낸다는 뜻으로 이 시리즈를 펴낸다.     

​1권 《실향의 노래》

머리말                                                          5-6

무엇을 하려는가?                                            11-14

제1장 실향시 들머리                                        15​

제2장 실향의 슬픔 갖가지                                 25

제3장 동경하는 그곳                                        37

제4장 떠오르는 모습                                        49

제5장 기대와 실망                                           71

제6장 고향이 아니다                                        91

제7장 고향을 찾지 말아라                                105

제8장 고향에 관한 시비                                            115

제9장 떠나야 하는 사유                                   125

제10장 전란 탓에 실향하고                              141

제11장 나라를 떠나서                                           155 

제12장 난민의 소망                                        173

제13장 나라를 잃고                                        187

제14장 조국 찬가                                           213

(2-6권 생략)

엮은이 조동일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학 대학, 서울대학교 교수,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한국소설의 이론》,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 《세계문학사의 전개》 등 저서 50여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