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교 회화는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무늬연꽃무늬가 나타나는 4세기 중반 이후부터 삼국시대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조성되었으며, 예술성 또한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고구려의 경우 안악3호분(357년)을 시작으로 5세기에 조성된 쌍영총, 무용총, 장천리1호분 등 고분벽화의 안쪽 천정과 벽면에 그려진 연화문蓮花紋, 예불도禮佛圖, 영접도迎接圖, 인물행렬도人物行列圖, 비천도飛天圖와 같은 불교적 소재의 그림으로 힘차고 활력 넘치는 기상과 예술성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후 백제에 이르면 6세기 무렵 부여 능산리 고분과 공주 송산리6호분 벽화의 연화도蓮花圖를 비롯하여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비베개[頭枕]와 연화문전蓮花紋塼 등에서 백제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미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견주어 신라의 경우는 자료가 많지 않아 지극히 제한적이기는 하나, 풍기 순흥면에 있는 어숙술묘 벽화와 읍내리 고분벽화의 연화도蓮花圖에서 유연하면서도 생생한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754년~755년)의 설법 장면과 《삼국유사》의 불교회화 관련기록 등으로 미루어 삼국시대보다 한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불화가 조성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본격적인 예배용 불화 자료는 고려시대부터 비롯되었는데, 예배 대상으로서 불·보살이 착용하고 있는 불의佛衣 및 영락장식, 광배, 배경 등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엄하고자 여러 가지 문양을 그렸던 것이 확인된다.

  조선시대 불화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여 여러 가지 문양이 표현되어 있는데, 고려시대 불화 문양과 비교하면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을 볼 수 있다. 더욱이 조선시대 후반기에 이르면 봉안된 사찰과 조성한 화원, 그려진 위치 등에 따라 다양한 무늬로 장식되며, 단청 문양과도 연관성을 보인다.

이러한 문양은 불화를 더욱 아름답고 장엄하게 꾸며줄 뿐만 아니라 불화의 도상 특징이나 양식을 연구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아울러 문양의 세부 변화는 불화 편년 연구에 크게 이바지하기에 불화 문양 연구는 한국 불교회화사 연구에 가장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한국의 불화 문양 연구가 중요함에도 아직까지 전문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이에 불화 문양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불화를 그리고 연구한 지 올해로 26년이 되었다. 1992년 대학에 입학하여 불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막연하게나마 불화 문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 불화를 세계 무대로 이끈 고려 불화를 중심으로 문양 연구에 몰입하였다. 석사과정 때 고려시대 불화 문양을 연구한 것을 출발점으로 박사과정에서 조선시대 불화 문양 연구를 진행하면서, 불화에 표현된 무늬들을 도안화하고 정리하여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일반 미술 분야의 문양 연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자료가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불교회화의 문양만을 주제로 삼아 단행본으로 엮어낸 것은 필자가 20여 년에 걸쳐 차근차근 쌓아 올린 연구 결과로서, 한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일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 책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불교회화, 불교조각, 불교공예 등 분야별 불교미술 문양 연구에 힘쓸 것이다. 불화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제1장 〈불화 문양 개요〉에서는 불화 문양의 의미를 살펴보고, 문양의 종류를 식물문, 동물문, 자연문, 기하학문, 기타문 등으로 나누고 정의했다.

제2장 〈삼국~통일신라시대의 불화 문양〉에서는 연꽃무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의 문양의 양식 전개 양상을 살폈다.

  제3장 〈고려시대의 불화 문양〉에서는 고려시대 불화의 의의와 문양의 종류 및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특히 현존하는 고려 불화를 예시로 들면서 고려시대 불화 문양 가운데 가장 많이 그려진 연화문蓮花紋, 연화당초문蓮花唐草紋, 보상화문寶相華紋, 보상당초문寶相唐草紋, 모란화문牡丹花紋, 모란당초문牡丹唐草紋, 국화문菊花紋, 국화당초문菊花唐草紋, 당초문唐草紋, 운문雲紋, 운봉문, 기하학문 등을 유형별로 나누고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제4장 〈조선시대의 불화 문양〉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조선시대 불화 가운데 예배용 불화의 중심이 되는 괘불화와 후불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불화의 중요도와 문양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불화를 선택하여 조선 전·후반기 불화 문양의 흐름과 종류 및 특징을 파악하고, 조선 후반기 불화 문양은 분야별 특징도 정리했다.

  제5장 〈조선 후반기 불화 문양의 양식변천〉은 광해군 대부터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화승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1920년대까지의 불화 위주로 논의함으로써 조선시대 후반기 불화 문양을 체계화하고, 나아가 불화연구의 기초를 정립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끝으로 제6장 〈우리나라 불화 문양의 의미〉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운 불화 문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고려시대의 정교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문양 형식과 조선시대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문양 형식은 전통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한국 문양사의 보고寶庫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먼저 그 누구보다도 대학에서부터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큰 가르침을 주신 문명대 교수님과 김창균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두 분 교수님께서는 지난 수년 동안 언제나 아낌없는 격려와 충고를 해 주셨고, 그동안 쌓아 올리신 연구 업적은 필자가 불화를 그리고 이 책을 준비하는 데 크나큰 밑거름이 되었다.

  문양 도안 정리를 도와준 제자 최주희 학우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늘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과 편집에 수고해 주신 맹다솜 님에게도 감사드린다. 고3 수험생으로 막바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랑스러운 딸 민경이와,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고 씩씩하게 자라 준 아들 태석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늘 옆에 서 계시며 힘이 되어 주시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신 아버님, 어머님께도 가이없는 고마움을 올리고 싶다.

2017년 10월 東岳草堂書室에서

고승희

오로지 ‘한국 불화 문양’에 매달린 최초의 책

한국의 불화에 그려져 있는 문양에 초점을 맞추어 세밀하게 살핀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한국 불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는 있었으나, 문양만을 소재로 삼아 단행본을 펴내는 것은 한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일이다. 지은이는 《한국의 불화 문양》에서 불화에 나타나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분석하고, 도상 특징 파악 및 편년 설정 등 문양 연구가 불교 회화사 연구에 기여하는 의의를 밝혔다.

불화 문양으로 풀어내는 한국 미술사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의 불화가 문양의 보고(寶庫)이며, 문양이 불교미술 연구의 기초 자료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불화는 단순히 종교화가 아니라 우리미술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그림에 담겨 있는 수많은 문양 하나하나가 바로 불법(佛法)을 가장 잘 함축하도록 상징화 과정을 거쳐 전개된 불교의 진리이자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화사(畫師)별, 지역별로 문양의 유형을 나누고 문양 양식과 형태 변화를 고찰한다. 불교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러서는 국교(國敎)로써 크게 진흥하기에 이 시기에는 정교하고도 우아하며 화려한 귀족적 문양을 엿볼 수 있다. 이 양식은 조선시대로 계승되면서 전통적인 미(美)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다양하게 발전한다. 결국 불화 문양 연구는 한국 미술사의 큰 줄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국의 불화 문양, 불교 미술 연구의 토대가 되다

  지은이는 근 30여 년 가까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분벽화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불화를 조사하면서 문양 자료를 수집하였다. 불화를 조성(造成)시기와 주존불상의 형태로 분류하고, 그림에 나타나는 무늬를 상징물과 그려진 위치, 등장 빈도에 따라 정리하였다. 더욱이 불화 문양을 연구자료로서 체계화하면서 불화 전체 도판과 직접 촬영한 부분그림, 도안으로 그려 낸 문양을 함께 제시하였다. 도안화된 문양에서는 창작 불화를 그려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1백여 회 이상의 단체전에도 참가하며 불교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되지 않는 불화 작가인 지은이의 섬세한 필치도 엿보인다. 실제 문양과 그 도안을 비교하면서 불화를 엄숙하게 장식하는[莊嚴] 색과 기법도 설명하여, 문양을 바탕으로 하는 불화 연구가 가능하도록 기초를 다져 놓았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소박하거나 화려한 불화의 분위기를 가시적으로 구체화하는 데 문양 구사가 핵심 요소임을 짚어 냈다.

온 누리에 아로새길 한국 문양의 아름다움 

  배불책(排佛策)·척불책(斥佛策)을 펼친 조선시대에도 불사(佛事)는 왕실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조선 후반기의 화승들은 무려 1920년대까지 활동하였다. 이들이 남긴 불화의 아름다움과 문양의 의미는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 불화, 특히 고려시대 불화는 대부분 해외에 소장되어 있다. 따라서 불화미(佛畫美)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늬’를 집중 조명한 이 책의 의의와 가치는 실로 크다. 이 책이 선보이는 한국 불화 문양의 아름다움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디자인계까지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시작으로 불교회화·조각 등 한국 불교미술의 문양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양사를 새로 쓰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제1장 불화 문양 개요 / 12

1. 불화 문양의 의미 … 14

2. 불화 문양의 종류 … 17

■ 식물문

■ 동물문

■ 자연문

■ 기하학문

■ 기타 문양

제2장 삼국~통일신라시대의 불화 문양 / 30

1. 고구려 고분벽화의 연화문 … 32

2. 백제의 연화문 … 36

3. 신라 및 통일신라의 연화문 … 38

제3장 고려시대의 불화 문양 / 40

1. 고려시대 불화의 의의 … 42

2. 고려시대 불화 문양의 종류와 특징 … 47
■연화문

■당초문

■연화당초문

■보상화문

■보상당초문

■모란화문

■모란당초문

■국화문·국화당초문

■운문

■운봉문

■기하학 문양

■기타 문양

제4장 조선시대의 불화 문양 / 96

1. 조선 전반기의 불화 문양 … 102

■문양의 흐름

■문양의 종류와 특징

2. 조선 후반기의 불화 문양 … 126

■문양의 흐름

■문양의 종류와 특징

3. 조선 후반기 불화 문양의 분야별 특징 … 230

■지역별 문양 경향

■화사별 문양 경향

제5장 조선 후반기 불화 문양의 양식변천 / 250

1. 광해군~경종 대(1609년~1724년) 문양 … 252

2. 영조~정조 대(1724년~1800년) 문양 … 253

3. 순조~순종 대(1801년~1910년) 문양 … 254

제6장 우리나라 불화 문양의 의미 / 256

참고문헌 … 264

찾아보기 … 272

고승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 같은 대학에서 <고려불화의 문양 연구>로 석사 학위를, <조선 후반기 불교회화 불의 문양 연구: 괘불화를 중심으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대상은 고려·조선시대 불화 문양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 문화재전문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전문위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위원, 동국대 불교미술문화재조형연구소 전문연구원(학술연구팀장) 등을 맡고 있다.

  한편 제1회 ‘西方淨土極樂世界’를 시작으로 ‘散華’, ‘佛香’, ‘極樂華’, ‘寶相華’, ‘淨土華’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100여 회의 단체전에도 참가, 국내외 불교미술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려불화의 불의 문양 연구 上·下>, <서구방필 수월관음도 문양을 통해 본 유파 연구>, <조선 후기 불화와 민화의 모란화 비교 연구>, <조선시대 순조-순종대 왕실발원 괘불화 연구>, <조선 후반기 불화 연화문양 도상 연구>, <삼국시대 불상 광배 문양과 일본 飛鳥時代 불상 광배 문양의 관계성 고찰>, <북위 운강석굴(雲岡石窟) 불상 양식과 광배 문양 고찰>, <作風 및 改金記를 통해 본 남양주 불암사 목조석가불좌상의 편년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