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근대의 혁명
 
 도서분류 한국사
지은이 : 이은희
옮긴이
면 수 : 512
:  \24,000
출간일 : 2018/04/16
판 형 : 신국판
ISBN : 978-89-423-9043-4(9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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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의   줄 거 리 ( 머 리 말 )

2010년 한국인의 음식 섭취에 관한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한 해 동안 쌀을 1인당 평균 72.8킬로그램 소비했고, 설탕은 27.38킬로그램 섭취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설탕을 주식인 쌀의 1/3 이상 먹고 있는 셈으로, 설탕이 우리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 주고 있다.

12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설탕 소비량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개항 직후인 1885년 설탕의 국내 총 소비량은 약 1,070피쿨picul, 64.2톤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2009133만 톤으로 증가한 것이다. 설탕은 지난 백여 년 동안 우리 식생활에서 사회적 위상이 가장 획기적으로 높아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소비 증가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근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도 음식을 먹지만, 즐기기 위해서도 먹는다. 이 가운데 단맛은 사람들이 가장 갈구하는 맛이다.

문제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한다고 해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지로 소비량이나 소비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근대에는 운송 수단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환경과 무역 조건에 따라 각 지역마다 단맛을 내는 식재료가 달랐다. 벌집에서 꿀을 채집하거나,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거나, 곡물로 엿을 만들거나,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어 단맛을 냈다. 따라서 19세기까지는 사탕수수 재배지인 아열대 지역이나 이곳과 자주 교역하는 지역에서만 설탕으로 단맛을 내는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나머지 지역에서 설탕은 극히 희소해서, 사회 최상류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사치스러운 약재이자 장식품이었다.

근대 들어서 세계적인 무역체제로 전환되면서 설탕이 각 지역으로 퍼지며 단맛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 욕구가 광범한 지역에서 구현되었다. 설탕 소비는 근대 이전과는 양적·질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모하였다. 설탕은 세계적 무역 상품에 적합한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 , 메이플 시럽처럼 단맛을 내는 경쟁상품에 견주어 운반이 용이하고, 유통기한이 길며,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또한 설탕 가운데 정제당의 경우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려서 현지화하기 쉬웠다. 이러한 장점 덕택에 설탕은 세계 각지에서 생산·유통·소비되었다.

더구나 제당업은 국가가 산업·조세·노동 및 국민 건강과 관련하여 정책적으로 장려한 기간산업이었다. 근대국가의 제당업 육성책과 서구 자본의 제당업 투자에 힘입어 설탕 생산지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아열대 지역의 식민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널리 확산되었고, 온대 지역인 중부 유럽에서도 사탕무에서 설탕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사탕수수와 사탕무가 경쟁하면서 설탕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산업혁명으로 증기선이 개발되고,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유통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자,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설탕이 세계 각지로 운반되며 소비 시장이 넓어졌다. 설탕은 근대 이후 대량 생산되면서 소비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인 세계적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생산 및 유통구조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식생활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 설탕이 희소했던 지역에서도 희귀한 약재나 장식품이 아니라 음식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설탕이 이미 유통·소비되고 있던 지역에서는 재래당(含密糖)이 축출되고 정제당(精製糖) 중심으로 바뀌었다. 설탕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식품산업, 음식에 대한 기호와 종류,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삶의 양식이 다양하게 변화했다. 설탕의 세계화와 현지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인의 음식 기호와 식습관이 달라졌고 체형까지 바뀌었다.

이 책에서는 다음을 중점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첫째, 세계적인 설탕무역구조 속에서 설탕무역, 제당업, 설탕 가격 동향을 보겠다. 세계 경기가 한국 제당업을 비롯한 각국 설탕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 아래 설탕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석해 보겠다. 특히 국가 정책과 제당자본의 대응방식 등에 집중하겠다.

둘째, 설탕 가공식품이 산업화된 과정을 추적해 보겠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설탕 소비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개항 이후 외래 가공식품이 어떻게 유입되어 근대 식품산업으로 성장했는지 조사하겠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제과업체, 재조(在朝) 일본인 및 한인 제과점이 어떻게 편제되면서 성장하는지 알아보겠다.

셋째, 설탕이 전통음식과 결합하여 현지화되는 과정을 조사하겠다. 전통음식에 설탕을 넣는 음식문화를 주도한 계층이 누구였는지, 설탕 소비가 사회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설탕 소비문화를 둘러싼 근대화 담론을 살펴보겠다. 특히 설탕의 사회적 의미를 빈부격차, 도시화, 민족 정체성, 근대 주부에 초점을 맞춰 고찰하겠다.

이 책은 한국이 세계 설탕시장으로 편입되는 역사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설탕이 한국인의 식생활을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아울러 수요가 공급을 이끄는 과정을 고찰했다. 이로써 식생활 변화가 민족차별, 계급차이, 도시·농촌 사이 격차, 가족 안 여성차별과 같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사회문제와 연동되었음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세계적 무역구조, 국가의 산업 정책, 소비자의 요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면서 개인의 단맛이라는 쾌락적 요소가 근대 이후 증대되는 현상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이 한국에서 설탕 소비가 광범하게 확산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큰 학은을 베풀어 주신 김도형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교수님께서는 숨겨진 문제의식을 일깨워 주시고 궁리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셨다. 또 때때로 사료더미에 갇혀 있을 때 고개를 들어 광활한 시대과제를 볼 수 있도록 길을 밝혀 주셨다. 아울러 만학의 길을 내딛을 수 있게 따뜻하게 북돋아 주신 천화숙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홍성찬, 김성보 교수님은 자칫 묻힐 수 있는 작은 문제의식을 논문으로 확장시키게끔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최윤오, 왕현종, 하일식, 설혜심 교수님이 설익은 초고를 다듬어 주셔서 지금과 같은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정문상 교수님의 배려 덕분에 안정된 공간에서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시대의 아픔과 공부의 즐거움을 익혔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큰 가르침을 주신 김용섭 교수님, 넉넉한 마음으로 제자를 아껴주신 이종영, 하현강 교수님과 세계사적 보편성의 중요성을 일러주신 방기중 교수님의 은혜가 깊다. 일본에서 자료 수집에 애써 준 장미현 학형과 교정을 도와준 김재은 학형의 노고가 크다. 논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준 도현철, 윤덕영, 이상의, 정호훈, 황동연 등 동기와 임성모, 김순자, 안유림, 김태호, 고영, 고태우, 권기하, 이현희 등 여러 선후배님께 감사드린다. 역사문제연구소, 산업사연구회, 그리고 가천대 냉전포럼에서 함께 공부하는 교수님과 학형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한다.

뒤늦은 공부를 지지해 주신 부모님과 시어머니께도 감사드린다. 동생 종화, 태경, 종민, 그리고 누구보다 남편 이진용과 장연, 장우 두 아들에게 고맙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상을 배려해 주고, 글을 다듬어 주었다.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 덕택으로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선뜻 출판해 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과 거친 글을 하나하나 다듬느라 애써 주신 맹다솜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곁에 과거와 현재가 있었다. 내 손길, 눈길, 발길이 닿는 하나하나가 세계사이며 한국사이고 근대사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반세기가 걸렸다. 책을 내면서 비로소 80년대의 나를 보듬는다.

 

20182

이은희

 

 서 평 / 저 자(편 집 부)로부터의 글

설탕으로 풀어낸 최초의 한국 식생활문화사

 

한국의 설탕산업과 소비 문화를 근대화, 세계화, 자본주의화 과정 속에서 고찰한 최초의 연구가 출간되었다. 한국은 개항한 지 고작 13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설탕 소비국이 되었으며, 특히 한국 제당업은 기간산업으로서 해방 뒤 한국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설탕을 주제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연구는 거의 없고, 부분적으로 다룰 때도 생산, 유통, 소비를 따로따로 살폈다. 지은이는 전근대 관찬자료와 시대별 공문서, 통계자료, 신문·잡지, 교과서와 개별 기업의 사사(社史)까지 아우르며 설탕을 매개로 삼아 무역구조와 국가정책, 소비자의 입맛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우리 식생활양식 전반을 바꾸어 놓았는지 총체적으로 조명했다.

 

설탕에 녹아 있는 근대사의 씁쓸함

 

지은이는 시대상황에 따라 모순되게 변해 온 설탕의 사회적 위상이 민족·지역·빈부·계급·성차별 등의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일례로 일본 제당자본의 조선 진출 시기 상류 식자층이 무분별하게 설탕 문명화담론을 수용하면서 정제당(백설탕)은 문명·위생의 상징이자 영양의 보고로서 소비가 적극 권장되었고, 설탕이 들어간 과자·아이스케키 같은 식품이 대유행했다. 그러나 물자 부족으로 설탕 소비를 줄이고자 한 전시 통제경제정책 아래에서는 혈액을 산독화(散毒化)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감퇴시키며뼈가 가늘어져 부러지기 쉽고, 충치를 생기게 하는해로운 식품이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정부, 제당업자, 소비자의 입맛이 견인한 설탕산업

 

해방 직전 일제가 설탕 소비를 거의 금지하다시피 했음에도 한번 단맛을 선호하도록 바뀐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지은이에 따르면 해방 이후 설탕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이끈 주요인은 다름아닌 해방 이전 이미 형성되어 있던 단맛에 대한 수요. 기존의 학설처럼 원조된 잉여농산물을 기반으로 삼백산업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증가한 설탕 소비로 인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자 정부가 국내 제당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했다는 것이다(수입대체화). 또한 해방 이후 한국 시장이 미국(쿠바산) 설탕 시장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한국 제당업자들에게 배타적 수입자격을 부여하고 환율을 우대하는 특혜(“은폐보조”)를 주었음을 날카롭게 짚어 낸다.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탕의 흔적

 

우리 식생활문화는 설탕을 먹게/먹지 않게 만들어진 역사로 말미암아 완전히 뒤바뀐 채 남아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센베이 같은 옛날과자나 옥춘당도 전통식품이 아니고, 번데기·정어리 등도 원래 거의 먹지 않던 것을 달게 조리하여 대중적인 식재료로 개발한 것이다. 설탕이 가미된 신식 요리법을 익힌 여성은 가정에서 근대 주부라는 독립된 정체성을 확보하였다. 반면에 이로 인해 구세대와 마찰이 발생하며 신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한국인이 언제부터, 어떻게, 왜 설탕을 먹게 되었는지를 통해 근대 한국인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따라서 독자들은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일상이 바뀌어 온 과정을 흥미롭고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    차

차례

 


Ⅰ장 전근대 설탕과 음식 ■ 29
1. 열대 해상무역품 설탕 / 31
2. 왕실 약재로서의 설탕 / 37
3. 전통음식 속의 단맛 / 42


Ⅱ장 개항 후 정제당의 내습 ■ 49
1. 동아시아의 자바당과 홍콩당 / 51
 1) 전통 함밀당 쇠락과 근대 정제당 발흥  …………………… 51
 2) 급변하는 설탕무역상 : 중국·영국·일본 상인 …………………… 60

2. 이민과 외래과자 / 80
 1) 화교와 호떡 …………………… 81
 2) 일본 과자상과 왜떡 …………………… 85

3. 최상류층의 사치품 / 102
 1) 개명군주의 외교 소품 …………………… 102
 2) 대지주의 이국적 호사품 …………………… 105


Ⅲ장 1차 세계대전과 일본 제당자본의 조선 진출 ■ 109
1. 전시 설탕기근과 사탕무 / 111
 1) 식민권력의 사탕무 시험재배 …………………… 111
 2) 대일본제당 조선공장 설립 …………………… 124
 3) 제당회사와 식민권력의 사탕무 갈등 …………………… 137

2. 일본 제과업 이식 / 160
 1) 일본 제과회사의 조선 진출과 대응 …………………… 161
 2) 빙수와 제빙소 …………………… 177

3. 서구식 식생활개선 / 185
 1) 간식 영양담론 …………………… 185
 2) 1920년대 식생활개선운동 …………………… 195


Ⅳ장 대공황기 세계적 설탕 공급과잉과 식민지 조선 ■ 213
1. 제당 카르텔 통제와 만주국 / 215
 1) 일본 제당 카르텔과 공판제도 …………………… 215
 2) 조선 정제당업의 만주 붐 …………………… 234

2. 제당업 흥기 / 255
 1) 지방 특산품 개발 …………………… 255
 2) ‘아이스케키’와 위생 …………………… 259

3. 상류층 여성의 전통 음식문화 변용 / 270
 1) 민족·지역·소득별 소비격차 …………………… 270
 2) 조선 요리법 개량 …………………… 285
 3) 신식 요리강습회와 ‘주부’ …………………… 299

Ⅴ장 중일전쟁 이후 일제의 설탕통제 ■ 319
1. 통제경제하 제당업 / 321
 1) 무역통제 …………………… 321
 2) 설탕 배급제와 민족 차별 …………………… 333

2. 제과업 통제 / 349
 1) 과자 규격의 표준화 …………………… 349
 2) 단속 …………………… 353

3. 전시 설탕 소비 억제 / 356
 1) 뒤집힌 백설탕과 황설탕의 지위 …………………… 356
 2) 대용식과 구황음식 …………………… 367
 3) 일본 ‘향토식’화 …………………… 375


Ⅵ장 해방 이후 설탕원조와 재건 ■ 383
1. 설탕수요의 제당업 견인 / 385
 1) 미군정의 설탕정책 …………………… 385
 2) 정제당 수입대체산업화 …………………… 398

2. 제과업 재흥 / 420
 1) 양과자와 일본 과자 …………………… 421
 2) 설탕과 다방커피 …………………… 431

3. 설탕 소비문화의 안착 / 443
 1) 교과서의 개량 요리법 보급 …………………… 444
 2) 설탕과 매운맛의 결합 …………………… 456


■ 결 론 ■ 한국, 한국인과 설탕 ………………………………… 477

■ 참고문헌 ■ ………………………………………………………… 482

■ 찾아보기 ■ ………………………………………………………… 502

 

 저  (역)   자   약   력

이은희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근대 한국의 제당업과 설탕 소비문화의 변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의 강만길 연구기금을 수상했다.

 

현재 가천대학교 문화유산역사연구소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설탕·콜라·빙과 같은 근대 상품과 일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의 동아시아 설탕무역, 1940년대 전반 조선의 암시장, 박정희 시대 콜라전쟁, 1960년대 박정희 정부의 식품위생 제도화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