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왕권신화의 전개
 
 도서분류 한국문학 한국어학
지은이 : 김화경
옮긴이
면 수 : 324
:  \20,000
출간일 : 2019/05/20
판 형 : 신A5
ISBN : 978-89-423-9065-6 (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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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주문권수 입력:
 책 의   줄 거 리 ( 머 리 말 )

 

신화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일본 유학을 떠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칠순의 고개를 넘어섰다. 늙어서 부리는 욕심이 추하게 보일는지도 모르지만, 유학을 떠나며 준비했던 자료들을 다 정리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이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때문에 아직도 책을 버리지 못하고 조그만 서실을 마련하여 조석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연구자의 견해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는 분야가 학문의 세계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고대사나 신화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하다. 명백한 사실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화에 낭만이 있고, 꿈이 있다는 점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된다.

이 책에서는 언젠가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 두었던 한국의 왕권신화라는 과제를 다루었다. ‘왕권신화란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건국신화보다 포괄적인 용어로, 나라를 세워 왕권을 장악한 집단이 그것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 얽힌 자료들까지 포함한다. 신라의 석탈해 신화처럼, 직접적인 건국 주체는 아니지만 한 나라의 왕권 성립과 관련된 신화를 가리키는 것이다.

고조선의 단군 신화부터 시작하여 탐라국의 삼성 시조신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대사에 명멸했던 나라들의 모든 왕권신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신화는 이 땅에 국가라는 통치 체제가 수립되는 과정의 한 면을 서술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신화들을 일별하면서, 일본의 신화학자 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 1902~1971)의 한국 신화에 대한 왜곡된 연구를 바로잡겠다는 일관된 의지를 유지했다. 한국 신화 연구에서 미시나만큼 많은 영향을 미친 학자도 드물 듯하다. 그는 일본 신화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한국의 신화 자료들을 자신의 연구 의도에 맞게 멋대로 재단한 대표적인 학자다. 그런 연구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난생신화 문제다. 그는 한국의 난생신화가 이른바 남방 해양 문화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구로시오 난류黑潮를 따라서 남쪽으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한족(韓族)은 남방에서 들어온 것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기원전 1세기에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은나라 설의 탄생신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의 견해에는 이러한 맹점이 있다. 6세기에 기록된 난생신화 자료가 20세기에 조사된 구전 자료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한국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아 왔다. 미시나의 난생신화 남방 기원설에는 한국의 기층문화를 남북으로 양분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분명히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조선총독부를 설치하여 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려고 했던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잘못을 바로잡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상당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한국 왕권신화들 가운데서도 백제의 경우에 이와 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백제의 왕권신화로는 일본의 쇼쿠니혼기(續日本記)에 전하는 도모 신화가 있고, 중국의 수서에 전하는 우태 신화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 자료는 고찰하지 않고 김부식의 삼국사기백제본기에 실린 자료에만 집착하는 연구들이 있었다. 국사학계에서조차도 이제껏 김부식의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엄격한 비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백제의 왕권신화에 대해서도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보아도 백제의 왕권신화는 고구려가 아니라 부여와 더 깊은 관계를 가지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부여의 동명 신화 또한 고구려의 주몽 신화와 분명히 그 계통을 달리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우선은 가설을 제시하고 앞으로 학제 간 연구로써 더욱 심도 깊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신화학만이 아니라, 역사학이나 고고학을 전공한 후학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달라는 부탁이다. 그에 따라 필자의 견해에 무리가 있음이 드러나 비판과 질책을 해 준다면 겸허하게 수용할 것임을 밝혀 둔다.

​어려운 여건에도 흔쾌히 출판을 맡아 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원고의 교정과 편집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맹다솜 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충심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95
경산 백자산 자락에서
김화


― 덧붙이는 말

​필자는 이번에 출판한 한국 왕권신화의 전개와 한국 왕권신화의 계보를 통해서 한국 신화학계에 새로운 몇 가지의 견해를 제시했다우선 우리 신화 자료들이 네 개의 층위로 나누어진다는 점을 밝혔다먼저 천상의 절대자나 그 자손이 이 지상에 내려와 왕권을 장악했다는 천강신화(天降神話)에는 고조선의 단군 신화와 북부여의 해모수 신화가 있다또 하늘에서 내려온 기운곧 천기(天氣)의 감응으로 탄생한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는 천기감응신화(天氣感應神話)로는 부여의 동명(東明신화와 백제의 구태(仇台신화가 있고태양에서 왕권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태양출자신화(太陽出自神話)로 고구려의 주몽 신화와 가락국의 수로 신화신라의 혁거세 신화를 들 수 있다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들어온 집단의 신화로서 대지에서 나온 존재가 왕권을 확립했다고 하는 출현신화(出現神話)에는 된 동부여의 금와 신화와 신라의 알영 신화탐라국의 삼성시조신화 등이 있다이렇게 네 층위로 구분되는 한국의 왕권신화는 제각기의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집단이 이 땅에 들어와 지배 집단으로 군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제일 먼저 한반도에 들어와 기층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 집단의 신화인 출현신화는 초기 농경문화의 소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세계의 어느 나라 신화에서도 이것이 왕권신화로 정착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것이 왕권과 결부되어 있어 한국 신화 특성의 한 단면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또 한국 난생신화가 남방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래 동이족이 가지고 있던 것이라는 주장도 새로운 견해라고 하겠다.
​위와 같은 견해는 신화를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종래의 학설들과 상치되는 것도 있음을 인정한다특히 백제의 지배자 문화가 부여와 계통을 같이한다고 본 것은 고구려의 유민이 백제를 세운 것처럼 기록하고 있는 삼국사기와는 거리가 있다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학제 간 연구를 통해서 그 타당성 여부가 검증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것을 밝혀 둔다.


 서 평 / 저 자(편 집 부)로부터의 글

 

머나먼 옛날이 땅에 왕의 나라가 서기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워졌던 모든 고대 국가의 왕권신화(王權神話)를 총집성하여 분석한 연구가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왕권신화는 학계에 통용되는 건국신화보다 한층 넓은 개념으로왕뿐만 아니라 국가 성립에 관련되는 모든 인물의 신화를 아우르며 그 권력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특징을 지닌다김화경 교수는 근 40여 년 동안 신화와 구비문학 연구를 천착해 오며 재미있는 ·일 고대설화 비교분석(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 한국 신화의 원류(학술원 우수학술도서)한국의 설화》 등 유수한 전작을 펴낸 설화·신화학계의 대가로신화적 기술과 사서 속 역사를 넘나들며 이 나라를 세우고 권력의 정통성·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낸다.

 

신화로 그려 보는 고대의 비밀

​그동안의 고대 한국 신화 연구는 고조선의 단군 신화나 고구려 주몽 신화 같은 널리 알려진 몇몇 건국신화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그러나 지은이는 한국 고대사에 명멸()했던 나라들의 모든 왕권신화를 그러모아 연구 대상으로 삼고하늘··짐승· ·해양 등 크게 다섯 가지 공통된 모티프를 지닌 신화군(神話群)으로 분류함으로써 총체적인 시야에서 살핀다. 같은 신화군에 속하는 왕권신화들의 전개 양상과 그 연관성을 연구할 때 비로소 그 신화를 만들어 낸 고대 국가의 지배 집단이 가졌던 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신화군 내의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국가와 민족의 신화·전승과도 결부시켜 고찰한다그럼으로써 신화가 비단 비현실적인 기술이 아니며신화의 재구(再構)로 그때 실제로 존재하면서 권력을 행사한 지배 계층의 문화와 계보를 복원해 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신과 그의 대리인인 지배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숭배되었던 시대지배 계층이 펼친 정당화 전략으로서 왕권신화를 살펴야 왕과 국가 성립에 얽힌 진실이 선명해지는 것이다그들은 비범한 존재의 비정상적 탄생 모티프를 통해 통치권의 유래를 설명하였으며그렇게 획득한 권력을 확장하고 계승해 나갔다.

 

신화학계에 이어져 온 일제의 맥을 끊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지은이가 무엇보다도 중점을 둔 것은 왜곡된 신화 연구를 바로잡는 일이었다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나 오바야시 다료(大林太良)를 비롯한 일제 어용학자들은 일제의 분할통치(分割統治) 정책과 대동아 공영권(大東亞共榮圈) 형성에 부응하고자 한국 신화를 왜곡하였는데현대까지도 한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그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아울러 이를 지적한 연구들 또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을 통렬히 비판하며그 그릇된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데 한국 신화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일본의 사료를 적극 활용하였다일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양국 간 설화·신화를 천착해 온 전문성과 접근성을 살려 그들의 사료로써 일제의 잔재를 걷어낸 것이다가장 논란이 되었던 미시나의 한민족 기층문화 이원론의 경우짐승을 시조로 하는 신화獸祖神話는 북방단군신화를 제외한 모든 왕권신화에 나타나는 난생(卵生) 모티프는 남방에서 유입되었다는 주장이다미시나가 근거로 제시한 대만 소수민족의 신화들을 한국 왕권신화와 함께 다시 낱낱이 분석하여 그의 억설을 타파해 내는 부분에서는 일말의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새롭게 선보이는 고대 국가의 진짜’ 계통

지은이가 발굴해 낸 이 사료들은 기존의 연구를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고대 국가의 왕권의 유래와 계통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삼국사기에서 다른 신화에 견주어 비교적 소홀히 다룬 백제 신화의 왕권신화적 면모와 계보를 재정비하면서 일본 쇼쿠니혼기(續日本記)의 도모(都慕) 신화와 중국의 수서(隋書)·북사(北史)에 실린 구태(仇台) 신화에 주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이렇게 되살려낸 백제의 신화는 민족학의 상호해명법(相互解法wechselseitige Erhellung)으로 원용되어기존의 해석과 달리 부여의 동명과 고구려의 동명왕’[주몽]이 동일한 계통이 아니라는 지은이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활용된다하늘과 관련된 왕권신화 가운데서도 하늘에서 내려온 기운天氣에 감응되어 태어난 부여의 동명과 햇빛日光의 감응으로 태어난 주몽의 신화는 다른 문화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이 또한 한국의 사서와 더불어 중국의 위략(魏略)·논형(論衡)》 등에 실려 있는 동명 신화에 주목하지 않고서는 내릴 수 없는 결론이다.

 

왕권신화고대사의 문을 여는 열쇠

​신화는 기이한 현상으로 이루어진 과 낭만이 가득한 세계이다하늘과 땅지하를 넘나드는 환상 공간 속 세계가 그려 내는 역사적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독자들은 없을 것이다세계 각지의 전설과 민담을 바탕으로 우주 만물의 기원과 권력을 사이에 둔 신[]의 투쟁을 설명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또한 고고학·사학·국문학 등의 분야에서 연계가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신화학계에서 기존 성과를 총망라하여 먼저 새로이 학제 간 연구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목    차

 

저자의 말 5

서론 15

 

제1장 고조선의 왕권신화

1-1 단군 신화의 수난 29
1-2 단군의 천강신화 33
1-3 일본 천강신화와의 관계 47
1-4 웅녀의 혈거신화 56
1-5 고조선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60

 

제2장 부여의 왕권신화

2-1 부여 신화의 다층적 성격 63
2-2 해부루 집단의 출현신화 67
2-3 해부루의 국가양도신화 72
2-4 해모수의 천강신화 76
2-5 동명의 천기감응신화 81
2-6 부여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87

 

제3장   고구려의 왕권신화

3-1 고구려의 왕권과 신화 91
3-2 주몽의 태양출자신화 93
3-3 주몽의 난생신화 99
3-4 송양의 왕권양도신화 104
3-5 유화의 곡모신 신화 111
3-6 유리의 입사의례신화 115
3-7 대무신왕의 왕권강화신화 129
3-8 고구려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136

 

제4장   백제의 왕권신화

4-1 백제의 왕권과 신화 139
4-2 온조의 왕권신화 142
4-3 비류의 왕권신화 148
4-4 도모의 감응신화 151
4-5 구태의 감응신화 159
4-6 주몽 신화와의 관계 165
4-7 구태 묘와 동명 묘의 문제 173
4-8 백제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178

 

제5장 신라의 왕권신화

5-1 신라 왕권신화의 다원적 성격 181
5-2 혁거세의 태양출자신화 184
5-3 혁거세의 시체화생신화 188
5-4 탈해의 도래신화 200
5-5 알영의 출현신화와 김알지 207
5-6 신라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215

 

제6장 가락국의 왕권신화

6-1 구전 상관물로서의 신화 219
6-2 《가락국기》의 성격 221
6-3 수로의 태양출자신화 227
6-4 수로와 탈해의 대립 237
6-5 수로 신화의 즉위 의례 241
6-6 허황옥의 도래신화 252
6-7 가락국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263

 

제7장   탐라국의 왕권신화

7-1 국가로서의 탐라 267
7-2 삼성 시조의 출현신화 273
7-3 세 왕녀의 도래신화 283
7-4 탐라국 왕권신화 연구의 의의 290

 

결론과 전망 293

참고문헌 301

찾아보기 311 

 

 저  (역)   자   약   력


김화경

 

​194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71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일본 쓰쿠바대학 대학원에서 ·일 설화의 비교연구-실꾸리형 뱀사위 영입담을 중심으로 한 고찰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88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한국설화의 형태론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이다. 25회 두계학술상과 제573·1문화상 학술상을 수상했다.

​대표저서로 재미있는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 한국 신화의 원류, 한국의 설화, 일본의 신화, 북한설화의 연구, 독도의 역사,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신화에 그려진 여신들, 얘들아 한국신화 찾아가자, 선녀와 나무꾼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