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왕권신화의 계보
 
 도서분류 한국문학 한국어학
지은이 : 김화경
옮긴이
면 수 : 288
:  \18,000
출간일 : 2019/05/20
판 형 : 신A5
ISBN : 978-89-423-9066-3 (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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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주문권수 입력:
 책 의   줄 거 리 ( 머 리 말 )

 

​살아온 역정을 정리하는 작업이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 평생 학문을 한답시고 책을 붙들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자신의 연구를 총체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관심 분야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변화해 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연구 대상이 때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추구해 온 학문적 결과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때 독도연구에 매몰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일본 측 주장의 근거나 그 사료(史料)는 검토하지 않은 채 반일 감정에만 호소하는 연구를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의 연구를 모아 독도의 역사독도의 역사지리학적 연구란 책으로 간행한 바 있다.

​비록 이렇게 잠시 외도를 하기는 하였으나, 필자의 일관된 관심은 한국의 왕권신화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정년 이후에야 이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그 결과를 취합한 것이 이번에 상재(上梓)하는 한국 왕권신화의 전개한국 왕권신화의 계보이다. 그러므로 이 두 권의 책은 필자의 40여 년 연구 역정이 응결된 결실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정리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연구를 하기 위해 언제까지 미루어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어떤 과제를 완전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호카트(A. M. Hocart, 1883~1939)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왕권(Kingship)이라는 자신의 저서 서문에서, “완벽한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공표하지 않는 학자가 칭찬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있다. 그런 사람은 학자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는 자기 분야에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이상주의에 따른 것이든 나태(懶怠)에 따른 것이든 결론은 마찬가지이다. 과학의 분야에서든 또한 정치, 경제, 전쟁의 분야에서든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자는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다.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겁을 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하였다.

​호카트는 왕권 연구에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자신의 견해가 완벽하다고 보지 않았기에, 쏟아질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의 이러한 말을 인용한다고 해서 필자가 호카트에 맞먹는 연구 결과를 내어놓는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완벽하지 못한 결과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기 때문에 발표한다는 단순한 마음에서다.

​그래도 여전히 망설임이 없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제시한 프레임이 정말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일본의 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 1902~1971)가 왜곡한 한국 신화 연구의 큰 틀을 어떻게든 극복해 보겠다는 일념에서 무리한 시도를 감행했는지도 모른다. 혹이나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후학들의 비판과 질정(叱正)이 있다면 서슴지 않고 수용하고 수정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뜻을 전한다. 특히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항상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아끼시지 않으시며 기꺼이 출판을 승낙해 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또 하나하나 원전을 확인하며 치밀하게 교정을 보아 주신 맹다솜 님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95
백자산 자락 서재에서
김  화  경



― 덧붙이는 말

필자는 이번에 출판한 한국 왕권신화의 전개한국 왕권신화의 계보를 통해서 한국 신화학계에 새로운 몇 가지의 견해를 제시했다. 우선 우리 신화 자료들이 네 개의 층위로 나누어진다는 점을 밝혔다. 먼저 천상의 절대자나 그 자손이 이 지상에 내려와 왕권을 장악했다는 천강신화(天降神話)에는 고조선의 단군 신화와 북부여의 해모수 신화가 있다. 또 하늘에서 내려온 기운, 곧 천기(天氣)의 감응으로 탄생한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는 천기감응신화(天氣感應神話)로는 부여의 동명(東明) 신화와 백제의 구태(仇台) 신화가 있고, 태양에서 왕권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태양출자신화(太陽出自神話)로 고구려의 주몽 신화와 가락국의 수로 신화, 신라의 혁거세 신화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들어온 집단의 신화로서 대지에서 나온 존재가 왕권을 확립했다고 하는 출현신화(出現神話)에는 된 동부여의 금와 신화와 신라의 알영 신화, 탐라국의 삼성시조신화 등이 있다. 이렇게 네 층위로 구분되는 한국의 왕권신화는 제각기의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집단이 이 땅에 들어와 지배 집단으로 군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제일 먼저 한반도에 들어와 기층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 집단의 신화인 출현신화는 초기 농경문화의 소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계의 어느 나라 신화에서도 이것이 왕권신화로 정착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것이 왕권과 결부되어 있어 한국 신화 특성의 한 단면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한국 난생신화가 남방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래 동이족이 가지고 있던 것이라는 주장도 새로운 견해라고 하겠다.
​위와 같은 견해는 신화를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종래의 학설들과 상치되는 것도 있음을 인정한다. 특히 백제의 지배자 문화가 부여와 계통을 같이한다고 본 것은 고구려의 유민이 백제를 세운 것처럼 기록하고 있는 삼국사기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학제 간 연구를 통해서 그 타당성 여부가 검증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것을 밝혀 둔다.

 
 서 평 / 저 자(편 집 부)로부터의 글


머나먼 옛날, 이 땅에 왕의 나라가 서기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워졌던 모든 고대 국가의 왕권신화(王權神話)를 총집성하여 분석한 연구가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왕권신화는 학계에 통용되는 건국신화보다 한층 넓은 개념으로, 왕뿐만 아니라 국가 성립에 관련되는 모든 인물의 신화를 아우르며 그 권력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특징을 지닌다. 김화경 교수는 40여 년 동안 신화와 구비문학 연구를 천착해 오며 재미있는 ·일 고대설화 비교분석(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 한국 신화의 원류(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한국의 설화등 유수한 전작을 펴낸 설화·신화학계의 대가로, 신화적 기술과 사서 속 역사를 넘나들며 나라를 세우고 권력의 정통성·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낸다.

 

신화로 그려 보는 고대의 비밀

​그동안의 고대 한국 신화 연구는 고조선의 단군 신화나 고구려 주몽 신화 같은 널리 알려진 몇몇 건국신화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은이는 한국 고대사에 명멸()했던 나라들의 모든 왕권신화를 그러모아 연구 대상으로 삼고, 하늘··짐승· ·해양 등 크게 다섯 가지 공통된 모티프를 지닌 신화군(神話群)으로 분류함으로써 총체적인 시야에서 살핀다. 같은 신화군에 속하는 왕권신화들의 전개 양상과 그 연관성을 연구할 때 비로소 그 신화를 만들어 낸 고대 국가의 지배 집단이 가졌던 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화군 내의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국가와 민족의 신화·전승과도 결부시켜 고찰한다. 그럼으로써 신화가 비단 비현실적인 기술이 아니며, 신화의 재구(再構)로 그때 실제로 존재하면서 권력을 행사한 지배 계층의 문화와 계보를 복원해 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신과 그의 대리인인 지배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숭배되었던 시대, 지배 계층이 펼친 정당화 전략으로서 왕권신화를 살펴야 왕과 국가 성립에 얽힌 진실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비범한 존재의 비정상적 탄생 모티프를 통해 통치권의 유래를 설명하였으며, 그렇게 획득한 권력을 확장하고 계승해 나갔다.

 

신화학계에 이어져 온 일제의 맥을 끊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지은이가 무엇보다도 중점을 둔 것은 왜곡된 신화 연구를 바로잡는 일이었다. 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나 오바야시 다료(大林太良)를 비롯한 일제 어용학자들은 일제의 분할통치(分割統治) 정책과 대동아 공영권(大東亞共榮圈) 형성에 부응하고자 한국 신화를 왜곡하였는데, 현대까지도 한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그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를 지적한 연구들 또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을 통렬히 비판하며, 그 그릇된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데 한국 신화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일본의 사료를 적극 활용하였다. 일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양국 간 설화·신화를 천착해 온 전문성과 접근성을 살려 그들의 사료로써 일제의 잔재를 걷어낸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미시나의 한민족 기층문화 이원론의 경우, 짐승을 시조로 하는 신화獸祖神話는 북방, 단군신화를 제외한 모든 왕권신화에 나타나는 난생(卵生) 모티프는 남방에서 유입되었다는 주장이다. 미시나가 근거로 제시한 대만 소수민족의 신화들을 한국 왕권신화와 함께 다시 낱낱이 분석하여 그의 억설을 타파해 내는 부분에서는 일말의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새롭게 선보이는 고대 국가의 진짜계통

지은이가 발굴해 낸 이 사료들은 기존의 연구를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 고대 국가의 왕권의 유래와 계통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삼국사기에서 다른 신화에 견주어 비교적 소홀히 다룬 백제 신화의 왕권신화적 면모와 계보를 재정비하면서 일본 쇼쿠니혼기(續日本記)의 도모(都慕) 신화와 중국의 수서(隋書)·북사(北史)에 실린 구태(仇台) 신화에 주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살려낸 백제의 신화는 민족학의 상호해명법(相互解法, wechselseitige Erhellung)으로 원용되어, 기존의 해석과 달리 부여의 동명과 고구려의 동명왕’[주몽]이 동일한 계통이 아니라는 지은이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활용된다. 하늘과 관련된 왕권신화 가운데서도 하늘에서 내려온 기운天氣에 감응되어 태어난 부여의 동명과 햇빛日光의 감응으로 태어난 주몽의 신화는 다른 문화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의 사서와 더불어 중국의 위략(魏略)·논형(論衡)등에 실려 있는 동명 신화에 주목하지 않고서는 내릴 수 없는 결론이다.

 

왕권신화, 고대사의 문을 여는 열쇠

​신화는 기이한 현상으로 이루어진 낭만이 가득한 세계이다. 하늘과 땅, 지하를 넘나드는 환상 공간 속 세계가 그려 내는 역사적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독자들은 없을 것이다. 세계 각지의 전설과 민담을 바탕으로 우주 만물의 기원과 권력을 사이에 둔 신[]의 투쟁을 설명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 또한 고고학·사학·국문학 등의 분야에서 연계가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신화학계에서 기존 성과를 총망라하여 먼저 새로이 학제 간 연구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목    차

 

저자의 말 5

서론 13

 

제1장 하늘과 관련된 신화

1-1 천강신화 23
1-2 천기감응신화 42
1-3 태양출자신화 53
1-4 천녀신화 75
1-5 연구의 의의 94

 

제2장 대지와 관련된 신화

2-1 출현신화 99
2-2 연구의 의의 134

 

제3장 짐승과 관련된 신화

3-1 웅조신화 137
3-2 호조신화 163
3-3 견조신화 180
3-4 연구의 의의 194

 

제4장 알과 관련된 신화

4-1 난생신화 197
4-2 연구의 의의 226

 

제5장 해양과 관련된 신화

5-1 탈해의 도래신화 229
5-2 탐라국의 세 왕녀 도래신화 247
5-3 연구의 의의 253

 

결론과 전망 255

참고문헌 265

찾아보기 275 

 

 저  (역)   자   약   력


김화경

 

​194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71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일본 쓰쿠바대학 대학원에서 ·일 설화의 비교연구-실꾸리형 뱀사위 영입담을 중심으로 한 고찰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88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한국설화의 형태론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이다. 25회 두계학술상과 제573·1문화상 학술상을 수상했다.

​대표저서로 재미있는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 한국 신화의 원류, 한국의 설화, 일본의 신화, 북한설화의 연구, 독도의 역사,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신화에 그려진 여신들, 얘들아 한국신화 찾아가자, 선녀와 나무꾼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