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한 화합 -동아시아문명의 심층
 
 도서분류 한국문학 한국어학
지은이 : 조동일
옮긴이
면 수 : 268
:  \19,000
출간일 : 2020/03/01
판 형 : 신국판
ISBN : 978-89-423-9076-2(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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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주문권수 입력:
 책 의   줄 거 리 ( 머 리 말 )

  여기 동아시아문명론(지식산업사, 2010)이 새롭게 탄생한 모습이라고 할 것을 내놓는다. 옆의 사진이 말해주듯이, 그 책은 2011년에 일본어, 2013년에 중국어, 2015년에 월남어로 번역되었다. 독자를 생각하고 책임을 의식해야 할 범위가 늘어나, 더욱 힘써 하고 있는 다음 작업의 일부를 간추려 펴낸다.  

 

  동아시아는 정치 싸움이나 교역 경쟁의 무대 이상의 의의를 가진 공동의 문명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함께 추구해온 소중한 이상을 망각하지 않고 이어받아 심각한 상태에 이른 불화를 해결하는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그 핵심인 대등한 화합이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최대의 의의를 가지는 동아시아문명의 심층 자산임을 논한다.

 

  전례가 없는 시도여서, 일정한 내용을 자초지종 고찰해 나아가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신변잡답을 늘어놓는 듯이 하다가 심각한 논란을 벌이기도 하고, 시야를 아주 넓히는 통찰의 철학을 찾는 데 이르기도 한다. 상황에 맞고 효과 있는 전술을 필요한 대로 구사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연구와 창작을 구분하지 않는 글쓰기의 전통을 되살리면서 동아시아문명의 저력을 찾아낸다.

  

 이용 가능한 언어 자산을 두루 동원한다. 한글 전용으로 글을 쓰다가, 긴요한 한자어는 한자로 적고, 한문 자료를 인용해 깊은 논의를 전개한다. 책을 덮고 물러나려고 하지 말고, 동참자가 되는 즐거움을 누리기 바란다.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한문을 버리면 동아시아문명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에 관해서는 대안도 편법도 없다.

 

  학문은 독백이 아니고 대화이며 토론이어야 하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어설픈 원고를 보고 논란을 벌인 벗들 덕분에 획기적인 향상을 이룩할 수 있었다. 기본 발상을 다시 가다듬고 논의를 대폭 보완해, 처음과는 거의 다른 책이 되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안동준허남춘윤동재임재해이은숙에게 특히 감사한다.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지금이 절정이라고 여기고 포부를 살리는 감격을 누린다. 연륜을 함께 축적해온 지식산업사도 청춘의 열정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맡긴다. 과거보다 미래는 더욱 찬란하리라고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2020년 새해 첫날이 밝아올 때

조 동 일

 서 평 / 저 자(편 집 부)로부터의 글

한일 반목의 위기, 조동일 교수가 제안하는 화해의 건배이자 대동의 축제

역설과 기지 가득한 동아시아 전통에서 문명의 심층 다시 기획하다

무명론에 기초한 대등론으로 비로소 완성, 구축된 동아시아문명론의 결정판

 

  경색된 한일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문학자 조동일 교수가 그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동아시아문명권의 옛 글과 구비철학에 흩어져 있던 대등론의 유산을 화합의 새 담론으로 펼치는 것이다. 문학과 철학, 수필과 논증, 여행기와 논설을 넘나드는 대가의 필치는 마침내 고요한 사색의 경지까지 도달한다. 동아시아 문사철 전통의 화수분을 깊이 천착해 온 저자는 무명론無名論이라는 전대미문의 기획으로 동아시아문명론의 신기원을 이룬다.

 

동아시아 철학의 유산: 대등론

 

  첫머리에서 저자는 차등론, 평등론, 대등론의 정의와 관계를 논한다. 유럽문명권이 주도한 평등론은 차등론을 부정하는 대전환을 이룩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이상론에 머무르기 쉽다. 이에 저자는 이규보, 최한기 등의 글과 유성룡 형 이야기 등 구비철학을 들어 유식有識이 무식無識, 무식이 유식이며, 미천이 존귀, 존귀가 미천인 대등론을 설파한다. 대등론의 기초를 이루는 생극론은 안도 쇼에키安藤昌益에서 보듯 동아시아문명의 철학적 공유재산인바, 동아시아 공동체 사이의 알력 해결과 평등론의 근대를 넘어서는 동아시아 시대 창출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 대등론은 말미에서 유명有名이 무명無名, 무명이 유명인 무명론으로 변주된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뛰어 넘는 예술인 앞소리꾼의 상여소리는 낮아야, 름이 없어야無名포용할 수 있다는 저자의 뜻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일본 산수화에서 보는 동아시아 화풍의 혁신

 

  일본과 화합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저자는 일본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본보기로 한일 미술문화론을 전개한다. 동아시아 산중시山中詩 본령의 근대 변용, 도가道家의 사유 비교(동아시아문명론, 2010)라는 묵직한 주제가 아니라 예술론, 미술문화론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특히 이케노 타이가池大雅 작품들을 들어 관념산수화에서 진경산수화로의 혁신이 동아시아철학(이학理學기학氣學)의 변천과도 맞물린다는 지적은, 동아시아 문사철의 전통을 꿰뚫고 있는 거장의 안목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산수이화山水理畵에서 산수기화山水氣畵, 이원론에서 일원론 그림이라는 사고의 확장은 세계미술사, 철학사, 문학사가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여행기와 논설, 미술 감상의 혼효混淆는 새로운 글쓰기의 대안으로 제시한 옛 글 기언記言(창조하는 학문의 길, 2019)의 또 다른 예시라고 하겠다.

 

동아시아 다시 보기

 

  중국과 베트남은 동아시아의 또 다른 파트너이고, 소수민족과 류쿠琉球 한 동아시아문명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교토, 항주는 물론, 류쿠, 운남을 찾아가 알려지지 않은 유산까지 아우르며 다시 알린다. 출신 야율초재의 공생이나 남조南詔의 덕화비는 중국의 대국 모색에 시사하는 바가 크고, 류쿠의 만국진량종萬國津梁鐘은 동아시아문명의 교량을 자처하는 대심大心의 발로이며, 월남사상사는 남북 철학사 설계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동아시아문명의 발전은, 삼국만이 아니라 예부터 그 일원이었으면서도 배제되어 온 약자들의 목소리까지도 존중하는 데에서 가능함을 보여 주고 있다.

 

  동아시아문명론 논의는 20세기 말 아시아적 가치가 회자되면서 서구 학자들(윌리엄 시어도어 드 배리, 동아시아문명) 사이에서 시작된 이후 주로 유교 전통에 주목하여 진전되어 왔다. 중국의 뚜웨이밍 교수가 동아시아의 유학 인문주의가 생태적 전환을 모색함으로써 세계문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문명들의 대화), 다소 추상적이며, 윤리적 측면에 치우쳐 있다. 삼국의 놀이와 문화로 풀이한 문명론(이어령의 가위바위보 文明論)은 흥미롭지만 철학적 원형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유가(정명론正名論)에서 탈, 동아시아 전통 속 무명유명론無名有名論사유를(동아시아문명론, 2010) 대등론(생극론)으로 심화시킨 이 책은 독보적이면서도 유연한 문명론의 개시를 알린다. 이제 새 시대 문명론의 돛을 올린다. 그 어느 누구라도 올라타 바람을 가르자.

 

  


 목    차

첫말 ………5

 

1

대등한 화합 서설 ………10

평등론에서 대등론으로 ………12

구전 층위의 철학 ………31

 

2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하여 ………44

일본인과 속 넓게 화합하자 ………66

이순신 이야기 새로 해야 ………90

패권주의와 결별하는 행복 ………99

 

3

그림에서 만나는 내면 ………110

산수화의 내력과 변천 ………118

경도와 항주 탐구 여행 ………128

 

4

처참한 시련의 현장 ………136

야율초재를 잊지 말아야 ………161

덕화비를 찾아서 멀리까지 ………182

월남사상사를 거울로 삼아 ………202

 

5

낮은 자리에서 ………232

이름이 없어야 ………247

부처가 아니어야 ………264

 

끝​말 ………267 

 저  (역)   자   약   력

조동일趙東一

 

 

서울대학교 불문학, 국문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박사.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학대학원, 서울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한국문학통사 제41~6(2005), 동아시아문명론(2010),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 1~6(2016), 통일의 시대가 오는가(2019), 창조하는 학문의 길(2019) 등 저서 60여 종.

화집으로 山山水水(2014), 老居樹展(201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