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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제목 | [사설] 한글과 우리 문화의 경쟁력 |
| ▣ 글번호 | 40 |
| ▣ 기사분류 | 한겨레신문 |
| ▣ 게재날자 | 1999/10/08 |
| ▣ 조회수 | 2238 |
| 오늘 553돌 한글날을 맞는다. 지난해 사라질 위기에서 어렵게 살아난 컴퓨터 문서작 성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은 10살 생일을 맞는다. 세계 문서작성기(워드프로세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격에 `아래 아 한글"이 죽을 고비를 넘겼듯이, 크게 보면 영어와 영어권 문화의 위세 앞에 한글 과 우리 문화도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외국어의 효용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 않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된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도 우리말과 글, 그것으 로 꽃피운 고유문화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생태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중요하듯, 문화도 자본의 뒷받침 위에 막강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단 하 나의 문화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다양한 문화가 인류 문화를 조화롭 게 살찌워야 한다. 우리말과 그것에 조화된 한글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강력한 우리 의 문화자산이며 무기다. 이런 커다란 위기 속에서 한글은 올해 `한자 병용"이라는 엉 뚱한 복병과 씨름해야 했다. 다른 곳도 아닌 어문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문화관광부 에 의해서다. 연초에 느닷없이 `한자병용 추진방안"을 들고 나와, 수많은 어문단체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월부터 공문서 한자 병용이 강행됐다. 한글로만 적도 록 추진해 온 새로 발급하는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에도 한자이름을 덧쓰기 위해 발급 이 늦어지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이렇듯 우리말과 글은 새로 몰려오는 영어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 지난 수천년간 한자 를 빌려 써온 데서 쌓인 더께를 씻어내야 할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아름다운 고유 어를 점차 잃어버려 말의 풍부함이 줄어들고, 새로운 개념에 대한 용어들은 영어 등 원어를 그대로 쓰거나 일본에서 만들어낸 한자말을 빌려씀으로써 우리말의 몫을 보잘 것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글날 온전한 우리말을 가꾸기 위해 각자가 해 야 할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정부는 한자 병용 따위 시대착오적인 뒷걸음질을 이 제라도 바로잡고, 바른 어문정책을 펴나가야 할 책임이 크다. 어문학자들은 물론, 다 른 분야 학자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언어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신문 방송 등 언론의 몫이 무엇보다 무겁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한글전용 원칙을 지켜왔지만, 모자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독자가 지적했듯이, 표기만 한글전용이었지, 우리말을 만들고 찾아내 제대로 된 `한글 전용"을 실천하는 일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다. 저마다 할 일들이 모두어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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