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재형의 우리말사랑>"진검승부"는 일본어…우리말 의미없어
글번호 68
기사분류 문화일보
게재날자 200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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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유령’ ‘접속’…. 관객 동원에 성공한 우리 영화의 대표작이다. 얼마
전 간판을 내린 ‘해피 엔드’나 ‘텔미 썸딩(바른 외래어 표기는 ‘텔미 섬싱’이 맞
다)’도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 개봉한 ‘박하사탕’과 ‘행복한 장의사’도 만만찮게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숨은 관객수까지 합한다면 ‘거짓말’만한 작품도 흔치 않을 게고…. 어쨌거나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이가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난 가을 한 중앙 일간지에 눈길을 끄는 ‘말랑말랑’한 기사가 실렸다. ‘쉬리는 잊
어다오/한석규, 최민식 진검승부’란 제목을 단 기사였다. 굳이 ‘진검 승부’란 제목
을 달아야 했을까. 진검(眞劍)과 승부(勝負), 둘 다 우리말이 아니다. 진검은 어지간
한 사전에는 표제어로 올라있지도 않은 낱말이고, 승부(이길 勝,질 負)는 우리말에서
‘이김과 짐’의 뜻일 뿐이다. ‘진검승부’는 일본말을 한자음만 우리 것으로 옮긴
것이다. 眞劍勝負(신켄쇼부)는 ‘진짜 칼로 싸워 승부를 가림(목숨을 건 승부)’의 뜻
인 일본말이다. 몇년전 일본의 유명한 스모 선수가 인기 절정의 탤런트와 사귄다는 외
신 보도가 있었다. 어떤 신문은 굵은 활자로 ‘진검교제’라는 제목까지 붙여 찍어냈
었다.
‘진검’은 형용사로 ‘진지한, 진지하다’의 뜻이다. 물론 일본어로 그렇다는 얘기
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번역(?)하면서 제목까지 그대로 베껴온 게 문제다.
대한해협 건너 일을 같은 시간에 보고들을 수 있는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리얼타임’으로 전해지는 일본 언론의 기사를 내용뿐 아닐 표현까지 그대로 배껴오
는 무심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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