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재형의 우리말 사랑>"쥐불놀이" 아닌 "쥐불놓이"로 써야
글번호 69
기사분류 문화일보
게재날자 2001/02/14
조회수 4970
2월 중순이다. 음력으로는 1월,정월이다. 정월에는 우리 겨레의 큰 명절 2개가 있다.
설과 대보름이다. 음력 1월15일을 흔히 정월 대보름이라 하지만 그냥 대보름이라 하
면 된다. 대보름은 정월의 보름날만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보름 풍속 놀이는
참 많기도 했다. 지신밟기와 다리밟기,부럼깨기,쥐불놀이가 대보름에 하던 풍속이다.
귀밝기 술을 마시고 오곡밥을 지어 먹는 것도 대보름에 하는 일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곁의 대보름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빼곡이 들어찬 아파트와 크
고 작은 강을 가로지르는 잿빛 콘크리트 다리는 지신밟기며 다리밟기할 여유를 우리에
게 남기지 않았다. 부럼깨는 이보다는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을 빨아 먹는 사람이 더
흔한 세상이 되었다. 아쉽지만 세월의 흐름과 그에 따른 시대의 변화는 인정하자. 그
래도 말은 바로 해야 하는 법,우리 것이든 남의 것이든 제대로 쓰고 읽어야 하지 않을
까.

대보름,정확히는 정월 첫 쥐날(上子日) 논둑 밭둑에 불을 놓아 쥐를 쫓고 해충을 없애
는 풍속은 ‘쥐불놀이’가 아니라 ‘쥐불놓이’이다. ‘불놀이’는 불장난이고,쥐를
쫓기 위해 불을 ‘놓는’것이 쥐불놓이이다. 행위와 말이 딱 들어맞는 자연스러운 조
어(造語)다. 동네 곳곳의 마당이나 다리(橋)를 밟는 지신밟기와 다리밟기의 바른 바름
은 [--발끼]가 아니라 [--밥끼]이다. 그래서 소월의 시 ‘진달래 꽃’의 한 귀절도
‘사뿐히 즈려 밟고[밥꼬] 가시옵소서’로 읊어야 맞는다.
요즈음에 집어봐야 할게 또 하나 있다. 제과업계와 백화점 등의 부추김 탓에 새로운
명절(?)로 자리잡은 밸런타인데이가 그것이다. 이날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초콜릿 선
물이다. 그러나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는,여느 과자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달콤 쌉싸름한’먹을거리. 그것의 이름은 쪼꼬렛이나 쵸코렛이 아니라 초콜
릿이다. 쪼꼬렛이나 쵸코렛은 일본어 ‘초코레-토’에서 온 말이다.
<강재형 happysk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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