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재형의 우리말사랑>입맛"돋궈(돋구어)" 아닌 "돋워"로 써야
글번호 70
기사분류 문화일보
게재날자 200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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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 언저리에 봄이 묻어온다. 입춘도 넘어섰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
수도 지났다. 천문학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가 봄이라지만 절기상으론 입춘부터
입하 전까지를 봄으로 치고 있으니 이미 봄의 문턱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봄 냄새가 난다. 끼니때 입맛 되살리는 봄나물을 찾아 풋내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철이 바뀌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게 여자의 옷차림과 광
고라고 한다.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엊그제 들춰본 광고엔 이런 문구가 나왔다.
‘봄철에 입맛 돋궈 줄 별미는?’ 유감스럽게도 봄철에 입맛 ‘돋구어’줄 별미는 어
디에도 없다. 돋굴수 있는 것은 안경의 도수나 등잔의 심지,목청 따위일 뿐이다. 입맛
이나 느낌을 부추기거나 일으킨다는 뜻의 표현은 ‘돋우다’이다. 겨우내 떨어진 입맛
을 돋워줄 봄나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게 달래.
오늘 저녁엔 된장을 푼 국물에 달래며 풋고추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 내보자. 이 반
찬을 밥상에 올려놓고 뜨거운 국물 호호 불어가며 한술 뜨기 전에 잠깐,엉뚱한 질문
하나.
이 먹을거리의 이름은 뭘까. 달래 된장찌게? 아니다. 달래 된장 찌개가 맞다. 고기나
채소로 양념한 뒤 바특하게 끓인 것은 ‘찌게’가 아니라 ‘찌개’란 얘기다. 우리 음
식 가운데 국물이 많은 것은 탕이나 국이라 하고 국물이 적은 찌개라 하는데,찌개는
조선 말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조치’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치는 국물을 바특하게 만든 찌개나 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끓이는 건 다 같지만
국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굳이 순서를 매긴다면 국(또는 탕),찌개,조치의 순이 될 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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