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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제목 | <우리말사랑>제비초리가 제비고기냐구? |
| ▣ 글번호 | 74 |
| ▣ 기사분류 | 문화일보 |
| ▣ 게재날자 | 2000/04/17 |
| ▣ 조회수 | 3372 |
고기를 먹자. 쇠고기건 돼지고기건 많이 먹자. 특히 수입고기를 먹지 말고 한우고기 에 토종 돼지고기를 챙겨먹자. 살찔 걱정 조금만 접어두고 고기를 먹자. 왜. 구제역 탓에 시름에 빠진 축산농가를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어제 점심으로 설렁탕과 수육을 먹었다. 저녁때는 곱창과 차돌박이,제비추리를 구웠다. 하루 두 차례나 고기를 먹었 다. 그것도 여러 부위 골고루. 고기를 먹으며 새삼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 는 게 소’라는 생각을 했다. 설렁탕은 조선시대 임금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 제사 올린 뒤 신하들과 함께 먹은 음식 에서 비롯한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선농단에서 끓인 국이라 하여 선농탕이 되었고 다 시 설롱탕이 되었다가 설렁탕이 됐다는 얘기다. 어쨌든 맞는 말은 ‘선농탕’이나 ‘설농탕’이 아니라 설렁탕이다. 수육은 물고기(水肉)가 아니다. 삶아 익힌 고기,숙 육(熟肉)이 변해서 생긴 말이다. 곱창은 곧지 않고 휜,‘곱은 창자’에서 온 말로 소 의 작은 창자를 이르는 말이다. 차돌박이는 돌이 아니다. 소의 양지머리뼈 한복판에 붙은 기름진 고기이다. 제비추리는 제비고기가 아니다. 안심에 붙어있는 살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비초리도 있다. 제비초리는 먹을거리가 아니다. 덜미의 한가운데 골을 따라 아래로 뾰족하게 내 민 머리털일뿐이다. 그럼 갈매기살은? 갈매기 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다. 돼지의 가로 막(갈비뼈 횡경막)에 붙어 있는 살이 갈매기살이다. 도가니탕은 쇠붙이 녹이는 불가마 에 끓여내는 국이 아니다. 소의도가니(연골)를 끓여 낸 음식이다. 사람에게도 도가니가 있을까? 있지만 사람의 그것은 도가니라 하지 않는다. 사람 무릎을 덮고 있는 동글납작한 뼈는 종지뼈,한자로 는 슬개골(膝蓋骨)이라 한다. 제육볶음은 ‘모든 고기(諸肉)’를 볶은게 아니다. 돼 지 고기에 갖은 양념을 하여 볶아낸 먹을거리다. 제육은 저육(猪肉·돼지고기)에서 온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제육 볶음은 돼지 형상의 저팔계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강재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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