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내용

▣ 기사제목	<강재형의 우리말사랑>넌 그네 타니(×)?-난 그네 뛰어(○)
▣ 글번호	75
▣ 기사분류	문화일보
▣ 게재날자	2000/04/24
▣ 조회수	2739
젊은이 둘이 헤어진다. 하나는 여자, 또다른 하나는 남자.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돌아서기를 망설이는 남자.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이와 통화를 하는 여자. 생글생글 웃으며 전화기에 대고 하는 말 ‘잘 자, 내 꿈 꿔.’ 어디 나오는 장면인지 모르는 이가 있을까. 그렇다. 한 이동전화 서비스 회사의 텔레비전 광고 내용이다. ‘잘 자, 내 꿈 꿔’는 이제 특정 광고의 카피가 아니다. ‘아무개 버전’하는 식의 우스개도 많이 나왔고, 어지간한 이들의 인사말로 자리 잡 은 유행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내 꿈 꿔…’어쩌고하는 인사는 이제 촌스 러운 게 되었다. 얼마전에 ‘내 꿈 꿔 2탄’이 나왔다. 그 광고에는 무엇이 나올까?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네가 나온다. 그리고 꿈꾸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케이 아 이 에스 에스’도 나온다. 광고는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는 것이니 ‘키스 대신 입맞 춤이라고 하자’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두 주인공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그네 에 대한 얘기를 하려한다. 주로 단오절에 아낙네들이 즐기던 놀이기구인 그네. 가로지른 나뭇가지 따위에 긴 줄 매어 늘인 그네나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 쇠사슬로 매단 그네나 앞뒤로 흔들며 놀기 는 마찬가지다. 혼자해도 재미있지만 두 명이 마주보고 놀아도 재미있는 게 그네다. 앉아서 놀아도 좋고 서서 놀아도 또 좋은 게 바로 그네다. 그런데, 그네는 타는 걸 까. 아니다. 그럼, 내리는 거란 말이가. 물론 아니다. 그네는 타는 게 아니라 뛰는 거다. 그네에 올라타서 앞뒤로 흔들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며 즐기는 것은 그네를 타는 게 아니라 뛰는 거란 얘기다. 그네에 걸터앉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타는 것일 수 있지만 제 힘으로 앞뒤로 내디디며 그네를 움직이는 건 뛰는 것이다. ‘타다’는 탈 것 따위에 몸을 올려놓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 말을 타듯이 말이다. 모름지기 그 네는 ‘올라타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놀이다. 몸쓰며 내디뎌야 하늘을 향해 내닫는 게 그네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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