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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제목 | <강재형의 우리말사랑>"대박터졌다"표준말 맞아? |
| ▣ 글번호 | 78 |
| ▣ 기사분류 | 문화일보 |
| ▣ 게재날자 | 2000/05/22 |
| ▣ 조회수 | 2867 |
단아한 기품에 사근사근한 말씨,거친 면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웠던 한 아 나운서가 생각난다. 지금 그는 내 곁에 없다. 그가 새삼 떠오르는 건 ‘대박’이란 말 때문이다. 그와 내가 한 방에 있던 어느날,고운 그의 입에서 ‘대박 터졌다’는 말 이 튀어나왔다. 뜻밖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박’은 속된말로 여겨질 때였으니까. 그리고 몇년 흐른 지금 ‘대박’은 이른바 교양인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이 되었 다. ‘수익률 신화의 주인공… 아이디 대박’이라는 광고며 ‘대박터진 국산영화’처 럼 신문제목에도 자주 등장하니 말이다. ‘대박’의 뜻은 무엇일까. ‘대박’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보 기 몇 개 들어보자. ‘복권이 1등에 당첨돼서 대박 터졌다’,‘주식투자로(높은 수익 을 얻어서)대박 터뜨렸다’,‘이번 영화(흥행이)잘되면 대박이다’.이렇듯 ‘대박’ 은 ‘큰 돈 버는 일’과 관련해 쓰는 표현이다. ‘대박’을 사전에서는 어떻게 풀이했 을까. 대박(大舶)은 그저 ‘커다란 배(船)’라고만 설명해 놓았다. 그나마 대박(大舶) 은 큰사전에나 나오는 표제어이다. 그럼 지금 우리가 쓰는 ‘대박’은 어디서 온 말일 까. 금은보화 쏟아낸 흥부내 ‘대박(大박)’에서 온 말일지 모른다. ‘대박’은 ‘큰 바가지’이고 이에 맞서는 말인 ‘작은 바가지’는 ‘쪽박’이라 하는 것도 무심히 넘 길수 없는 대목이다. ‘쪽박을 차다’는 ‘거지가 되다’는 뜻이니까. 아니면 노름판 에서 흘러나온 말일지 모른다. 노름판에서 ‘여러번 지른 판돈’을 ‘박’이라 한다. 그래서 ‘한 박 잡다(먹다)’ ‘한박 떴다’는 건 ‘노름판에서 큰돈 땄다’는 뜻이 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머리 터질 만큼 큰돈 만진다’는 뜻인가. ‘박’은 ‘대 갈통’처럼 머리를 낮춰 이르는 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공인(公認)받지 못 한 ‘대박’이 계층을 넘어 두루 쓰이는 건 요즘처럼 주식등으로 ‘쪽박’찬 사람이 더 많기에 공인(共認)된 건지 모른다. ‘말은 사회의 거울’이라 했다. 우리가 경탄 할 대상이 일확천금이 아니라 성실함일때 말도 제자리를 잡는 법이다. <강재형, happysky@m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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