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내용

▣ 기사제목	[조동일 토론회] 음식도 안 차리고 웬 출판기념회?
▣ 글번호	14
▣ 기사분류	조선일보
▣ 게재날자	1999.05.16
▣ 조회수	2015
[조동일 토론회] 음식도 안 차리고 웬 출판기념회? 22일 오후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국문학 전공자 150여명이 강당 을 가득 메웠 다. 주인공은 "중세문학의 재인식"시리즈 3권(지식산업사) 을 발간한 국문학자 조동일 (서울대) 교수. "오늘 음식은 차리지않고 말만 많이 주고받는 별난 출판기념회를 마 련했습니다. 회갑 은 8월이지만 책이 나온 김에 여러분들을 뵙고 싶었습 니다." 방대한 저작으로 유명 한 조 교수는 동년배 학자, 제자, 대학원생 들에게 이날 모임을 회갑 기념으로 "속인 것"을 사과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신명풀이를 어떻게 하느냐, 중세문학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베트남 문학 연구 등 세계문학 전반의 비교연구에서 언제 순수 국문학으로 되돌아올 것이냐 등 학문전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조 교수는 "책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통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이 즐거웠다"면서 지적 호기심이 연구 원천이었다고 고 백했다. "다작은 자랑감이 못된다"며 전체 40여권쯤으로 알아달라고 기자들에 게 밝혔던 그였 다. 국문학에서 출발해 동아시아문학을 비교하고, 중세문학으로 넓혀 "세 계문학 지도"를 그리고 있는 그는 "중세는 문학적 가치와 정신적 풍요로 움을 갖추었던 시기"라면서 "서구 중심이었던 근대에 비해 각 문명권이 균형을 이뤘던 중세는 다가오는 세기에 새 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준다" 며 어조를 높였다. 그는 6개 문명권 문학을 비교한 결론을 내놓았다. "중세의 지각생이었 던 유럽이 근대 의 선두주자가 됐듯, 근대의 주변부였던 동아시아가 미래 전망이 가장 밝다"고 자신있 게 말하며 "정치나 경제를 얘기하면 제3세계 는 절망적이지만 역사나 문학는 역전가능 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가 청중들이 기다리던 질문을 던졌다. 학국문학에서 세계문학 으로 준마달리 듯 하는데 스케일에 비해 치밀함이 떨어지지 않는냐는 요 지였다. "한국문학을 제대 로 보자고 시작한 작업이 이렇게 커져버렸다" 면서 "사람에게는 한평생밖에 없고, 공 부해보고 싶은 것은 많다보니 욕 심을 내게됐다"고 여유있게 응수했다. "새로운 학문 을 개척하는 사람이 모든 개별적인 문제를 열거해 다룰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 는 14세 기아랍학자 이븐 할둔의 말을 인용해 농담을 던졌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자신의 대표 저작인 "한국문학통 사"를 고쳐 쓸 생 각은 없고, "세계의 철학사와 문학사"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를 2001년까지 간행한 후 마지막으로 연구를 총 결산한 "세계문학 사"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65세 정년퇴 직 후에는 먹고 노는 일만 하 겠다"는 대목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알맞은 찬사가 있 었고, 적당한 비 판이 있었다. 그것을 감싼 것은 문학연구를 업으로 삼은 동학끼리의 따 뜻함이었다. (이준호기자 : jun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