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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놀이하는 인간: 100세 시대 나는 놈 위에 노는 호모루덴스의 철학
서평제목 인생 뭐 있나, 한바탕 잘 놀다 가는 거지
신문사 한국아파트신문
게재일자 2023/07/21
관련기사 링크 http://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445
[윤필의 수요책방]



놀이하는 인간(황태연 지음/지식산업사)

“인간은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놀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목적론’이니 ‘호모 루덴스’니 하는 어려운 말 쓰지 않고 이렇게 간단히 표현한다. 인생 뭐 있어? 한바탕 잘 놀다 가는 거지!”

동서고금 사상을 폭넓게 탐구하고 있는 저자는 “놀이가 생명력과 각종 능력의 자유로운 분출 또는 자유분방한 발휘”라며 놀이와 재미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인간은 난장판 놀이를 즐기는 아기부터 바둑 두는 할아버지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놀이를 즐긴다. 이 놀이의 범주에는 나 홀로 놀이와 같이하는 놀이가 모두 포함된다.

실제 놀이와 게임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야구 메이저 리그, 각 나라의 축구리그, 컴퓨터게임 등은 흥분과 함께 최고의 재미를 준다. 관련 선수들 몸값과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며 대규모 관객을 몰고 다니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재미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중화(中和)론에서 찾는다. 중화란 천하와 우주의 존재·화육(생성)·운행의 보편적 원리다. 중화의 원리는 미물에서 우주의 움직임까지 모조리 지배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간의 모든 사회적 행위도 중화의 원리에 의해 규제된다. 인간의 행위 중 재미는 오직 노는 것에서 나온다. 재미는 이익 또는 욕망 충족에서 생기는 기쁨보다 한 단계 높은 가치다. 재미를 느끼기 위해 막대한 돈과 재화의 소비도 불사한다.

사람은 자기 혼자 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남과 더불어 놀면서 재미를 느낄 때는 ‘공감적 재미’를 더한다. 또한 타인이 노는 것을 보면 타인의 재미를 공감하며 즐긴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놀면 두 세배 더 재미있다. 같이 놀 친구를 찾고 타인들이 플레이하는 경기, 게임관람,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이유다.

생활 속에서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언어적 유희를 잘하고 잘 잡아내는 사람을 재미있는 사람, 무미건조하고 남의 언어적 유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광등’을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들은 같이 산다. 오랫동안 우리 유전자 속에는 재미있는 사람에 대해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도록 각인돼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 한 마디 유머가 분위기를 확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재미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힘을 너무 적게 요구하는 유희는 시시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힘을 쓰거나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유희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아무리 잘 구성된 기상천외한 마술도 두세 시간 집중해서 관람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사람들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즐겨왔다. 게임이 재미있을수록 더 큰 고통과 수고도 감수하고 기꺼이 일상의 편안함을 포기한다. 게임을 통해 재미와 기쁨을 즐거움으로 승화하는 한편 사회적 즐거움을 공동으로 창출한다. 긍정적 감정을 응집시키는 것이 최고 형태의 유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스포츠와 게임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왔다.

저자는 노동과 경제활동, 재생산되고 확대되는 이익은 모두 나중에 인생의 목적인 유희적 예술적 도덕적 행위에 쓰인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다. 더 잘난 놈보다 잘 노는 놈이 더 행복한 인생이다. 한 번뿐인 인생 제대로 놀아야 하지 않겠는가.

“놀이는 행복감이다. 놀 줄 모르는 인간, 또는 놀이를 즐길 줄 모르거나 수다를 떨 줄 모르거나 이것을 하찮게 여기고 일에 집착하는 인간,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고답적 인간은 허무감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 이 세상을 뜨기 십상이다. 인간이 놀 수 없을 때는 이 세상을 뜰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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