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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 상.하
서평제목 - 천편일률적이고 잘못 해석되어온 ‘도덕경’의 참뜻을 밝힌 문제작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 출간
신문사 IT NEWS
게재일자 2017/08/14
관련기사 링크 http://www.itnews.or.kr/?p=23103
그동안 천편일률적이고 잘못 해석되어 왔으나,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던 <도덕경>의 참뜻을 밝힌 문제작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가 출간됐다.

옮긴이 권혁인이 4년에 걸쳐 해석한 이 책은 왕필본(王弼本)을 바탕으로 삼은 한·중 손꼽히는 학자들의 천편일률적인 해석과 끊어 읽기에 반기를 들고 곳곳에 메스(칼)를 들이댔다. 그럼에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노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가히 노자와 <도덕경> 연구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은 현학적이고 난해하게 여겨져 왔던 <도덕경>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타파해, 명쾌한 한문법 해설로 난해했던 <도덕경>이 뚜렷이 보인다 예컨대, 제22장의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의 의미를 이름난 학자들은 “굽으면(굽어야) 온전해지고, 구부리면(구부려야) 펼 수 있다”고 역설로 이해한다. 그러나 옮긴이는 “굽어야 온전한데, 굽었다고 해서 펴려 한다”고 위(爲)를 경계하는 노자의 일침으로 명쾌하게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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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석이 가능했던 것은, 옮긴이가 한문법의 특성을 간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자 자의의 다양성과 그 행간에 숨은 드라마(메타포)를 읽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자가 윤희의 지난날을 추측하는 대목 <제15장, 기약객환혜(其若客渙兮)>이나 <제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해석 등은 옮긴이가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의 뜻은 물론이고, 드러나 있지 않은 극적 배경까지 날카롭고도 정밀하게 포착하고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독자들이 이 책으로 누리는 또 하나의 혜택은, 비로소 노자의 참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자에 대해 알려진 바는 장자 ‘천운’, 사기 ‘노자한비열전’에 나오는 몇 구절 정도다. 지금까지 <도덕경> 주해자들이‘노자’를 읽어내지 못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옮긴이는 <도덕경>에서 노자의 이력과 처지를 읽어내며, 그가 겪은 삶의 경험들 속에서 우러나오는 메시지를 날것 그대로 담고 있다. 옮긴이에 따르면 노자는 팔을 잘리는 형벌을 받고 목숨이나마 구해 본성을 지키고자 달아나다가 윤희를 만난다. 관령 윤희의 삶을 헤아리고 충고해 주기도 하며(제15장), ‘체’하기(爲)를 경계하라고 하면서도, 왕에게 벼슬자리를 달라고 청하는(제42장) 자신을 한탄하기도 한다(제45장). 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노자의 민낯이다.

따라서 “잘난 척 나서지 말고, 뒤로 물러서서 본성을 지키라”는 가르침은 노자의 고뇌에 찬 독백이자 절절한 진실이 묻어나는 처세 지침인 것이다. 이 책이 그 어느 <도덕경> 주해서보다도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고자 했던 본 뜻을 실감나고도 가감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천 오백여 년을 뛰어넘어 여러 각도에서 읽히는 <도덕경>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에는 노자와 윤희, 노자와 왕, 노자와 제후, 경대부, 사(士)와 대화가 많이 등장한다. 노자가 미관말직이라도 본성을 지킬 수 있다면 된 것이라며, 윤희를 위로하는 장면은 인생 선배 노자의 조언으로 읽히고, 민생을 잘 살피고 제도와 규제는 적은 것(제65장)이 민생 중시의 치도(治道)임을 역설할 때에는 경영서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은 천박한 것(微明)일 뿐 본디 모습으로 돌아간다’(제36장)는 메시지는 문명 비판서의 한 대목이라고 해도 좋다.

따라서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는 꿈을 잃고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40대 직장인에서부터 지도층, 욕망과 거짓된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현대인, 학생들 그 모두에게 시공을 뛰어 넘어 특별한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이다. 노자가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맑은 샘물과 같은 지혜를 서둘러 만나기를 권한다. 권혁인 지음|지식산업사|152*225(신국판)|상 320, 하 240쪽|상 13,000원, 하 12,000원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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