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문 서 평 내 용 보 기

도서명 자산어보
서평제목 횟집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민어는 민어가 아니다
신문사 중앙일보
게재일자 2018/08/02
관련기사 링크 https://news.joins.com/article/22853162
민어는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이다. ‘먹방’의 인기 때문인지, 개고기 식용 논란 때문인지 최근 들어 민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워낙 고급 어종이다 보니 소문도 무성하다. 일방적인 주장도 있고, 근거 없는 억측도 있다. 전남 목포에서 민어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민어의 고장은 목포가 아니다. 목포 옆 신안군 임자도가 대표 산지다. 그러나 민어 요리의 고장은 목포가 맞다. 인근 다도해의 온갖 산물이 항구 목포에 모여서다. 민어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질의 : 민어는 대중 생선인가
응답 :
민어(民魚)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 얘기가 돈다. 그러나 억측이다.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민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렇다고 고등어처럼 흔한 것은 아니었다. 이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옛 문헌을 보면 민어를 민어(鰵魚) 또는 면어(鮸魚)라고 표기한 것이 많다. 민어(鰵魚)는 ‘다금바리 민(鰵)’자를 썼고, 면어(鮸魚)는 껍질이 반들반들한 생선을 이른다. 백성의 생선과는 거리가 멀다. 참고로 민어는 조기와 친척뻘이다. 민어와 조기 모두 소리 내 운다. 옛날에는바다에 통대나무를 넣어 울음소리로 민어를 찾았다고 한다.


복달임 으뜸?
양반만 먹었다고?
선어회가 더 맛있다?
수컷에만 있는 특수부위는?
민어의 모든 궁금증에 답하다


질의 : 그럼 양반의 음식이었다는 뜻인가. 양반은 복날에 민어탕을 먹고 백성은 보신탕을 먹었다는데
응답 :
한양의 양반이 민어를 먹은 건 사실로 보인다. 지금은 서남해안, 그러니까 전남 신안 앞바다 근방에서만 민어가 잡히지만, 옛날에는 서해를 따라 민어가 올라왔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도에 민어 파시가 열렸고, 인천 민어가 일본으로 수출됐다. 지금도 인천 신포시장에 가면 민어 요리를 내는 노포가 남아 있다. 민어로 흥청거리던 시절의 흔적이다. 민어 어획고가 1934년에는 7만4000t이었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1200t 정도라고 한다. 6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한 것이다. 아무튼, 인천과 서울이 가까우니 한양의 양반도 민어를 어렵지 않게 맛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양반의 전유물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질의 : 민어가 복달임 음식으로 으뜸이었다는데? 민어탕 다음으로 도미탕, 삼계탕, 보신탕(개장국)이었다는데?
응답 :
민어는 늦여름 알을 낳는다. 제철 생선의 뜻을 아시는가. 산란을 앞두고 지방이 차오른 생선을 이른다. 지방이 오르고 살도 올라 고기가 고소하고 부드럽다. 민어가 여름에 제일 맛있다는 건 산란 시기에서 나온 말이다. 여름이 제철이다 보니 복중에 즐겨 찾았을 뿐이다.


질의 : 민어가 맛있나?
응답 :
정약전(1758∼1816)의 『자산어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비늘과 입이 크고 맛은 담담하면서도 달아서 날것으로 먹으나 익혀 먹으나 다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자산어보』에서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맛을 표현한 생선은 많지 않다.


질의 : 민어는 어떻게 먹는 게 제일 맛있나?
응답 :
민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옛날에는 말리거나 염장을 해서 먹었다는데,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회·초무침·전·찜·탕 등 조리법이 다양해졌다. 부드러운 식감을 찾는다면 민어전을 추천한다.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바닷바람에 말린 민어에 양념을 발라 찐 민어찜도 별미다. 이른바 고수는 부레와 껍질을 찾는다. 데친 민어 껍질에 밥을 싸 먹는 맛에 빠져 전답을 다 팔아 먹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민어는 쓸개 빼고 다 먹는다.


질의 :수컷이 더 맛있다고?
응답 :
맞다. 민어는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맛있는 유일한 생선일 듯싶다. 민어 수치에는 암치에 없는 특수부위가 있다. 내장 옆에 붙은 덧살인데, 민어를 다루는 상인들은 ‘삼겹살’이라고 부른다. 아는 사람만 찾아서 먹는 별미 중 별미다. 알을 낳고 나면 암치는 지방이 빠져 살이 퍽퍽해진다. 가격도 수치가 더 비싸다.


질의 : 민어는 선어회가 더 맛있다는데
응답 :
민어가 숙성해서 먹는 생선인 것은 맞다. 여기엔 까닭이 있다. 민어는 바다에서 올라오자마자 바로 죽는다. 다시 말해 펄떡이는 민어를 바로 회로 먹어본 사람 자체가 드물다. 민어를 선어회로 먹는 건 민어의 습성과 민어를 다루는 과정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일제 강점기에 엄청난 양의 민어가 일본으로 넘어갔다. 활어회보다 선어회를 높이 치는 일본인의 입맛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질의 : 민어가 숙성회는 부드럽지만, 활어회는 질기다는데?
응답 :
민어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생선이 그렇다. 활어회는 졸깃한 식감으로, 숙성회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는다. 목포시청 김천환(58) 관광경제수산국장은 낚시광이다. 그가 예전에 18㎏짜리 민어를 낚시로 잡았고, 배에서 바로 회를 떴는데 그 맛을 여태 잊지 못한다고 한다. 입맛의 차이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민어를 숙성회로 먹기 시작한 것은, 활어회를 먹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였다. 맛은 다른 문제다. 민어도 활어가 선어보다 비싸다.


질의 : 횟집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민어는 뭔가
응답 :
민어는 그물로 잡거나 낚시로 잡는다. 그물로 잡은 민어는 배에서 바로 피를 빼고 얼음을 채워 숙성한다. 그물에 딸려 올라올 때부터 죽어 있는 녀석이 태반이다. 낚시로 잡은 민어 중에는 살아서 뭍으로 오는 녀석도 있다. 그러나 깊은 바다에서 사는 민어는 부레도 크다. 뭍으로 올라온 민어는 배를 뒤집고 떠다니다 이내 죽는다. 목포 북항 위판장 건너편 회센터 수족관의 민어도 배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당일 아침에 잡은, 제일 싱싱한 녀석이라고 했다. 시내 횟집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민어는 민어를 닮았거나, 민어인 체 하는 다른 어종이다. 속지 마시라.


질의 : 민어는 너무 비싸다
응답 :
맞다. 비싸다. 여름에는 더 비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8월 1일 목포 북항 위판장에서 민어 1㎏가 6만원(활어 5㎏ 이상 기준)이었다. 민어도 큰 놈이 더 비싸고, 더 맛있다. 목포 시내에 ‘민어의 거리’가 있다. 민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5곳이 모여 있다. 이 중에서 영란횟집·중앙횟집·유림횟집은 최소 40년 내력을 자랑한다. 중앙횟집의 경우 민어 정식이 15만원(4인분)이다. 서울 시내 식당에서도 민어를 내는 집이 있지만, 이왕이면 목포에 내려가서 드시라고 권한다. 여수 앞바다 거문도에서 낚시하며 소설 쓰는 한창훈(55)이 한 얘기가 있다.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복날의 민어에 딱 맞는 구절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취재 도움 주신 분
-목포시청 김천환 관광경제수산국장
-목포ㆍ신안수협 중매인 ‘용민이네’ 김혜경 대표
-목포시 지정 민어찜 장인 ‘중앙횟집’ 김상복 대표

◇참고문헌
‘목포의 역사와 이야기 100선‘, 목포시, 2016
『자산어보』, 정약용 지음, 정문기 옮김, 지식산업사, 2012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최헌섭ㆍ박태성 지음, 지앤유, 2017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손현철 외 2인 지음, 도서출판 부키, 2012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황교익 지음, 터치아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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