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문 서 평 내 용 보 기

도서명 고조선문명의 사회사, 정조평전
서평제목 학문에 停年은 없다… 퇴임후 책 100권 낸열혈 書生
신문사 조선일보
게재일자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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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입력 2018.06.07 03:01



신용하·한영우·정진석·정광 교수, 정년 후 더 왕성한 집필 활동
"현직땐 다른 일에 시간 뺏겼는데 이젠 하고 싶은 연구 마음껏 몰두"



원로 사회학자 신용하(81)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달 말 연구서 '고조선 문명의 사회사'(가제)를 낸다. 2003년 정년 퇴임 후 내는 32번째 책이다. 15년간 한 해 평균 2권꼴이다. 재직 때보다 더 활발히 책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 민족의 기원과 형성 연구' 등 3권을 출간했다. 신 교수는 "현직 때는 한두 시간 공부하다 보면 손님이 오거나 다른 일이 생겨 흐름이 끊겼는데 퇴직 후엔 방해받을 일 없으니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고 했다.

학문 연구에 '정년(停年)'은 없다. 퇴임 후 더 활발히 연구하고 책을 내는 원로 학자들이 있어 학계의 연구 성과가 훨씬 풍부해지고 있다. 한영우(80)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2003년 정년 퇴임 후 책 30권을 냈다. '과거, 출세의 사다리'(전 4권), '정조 평전'(전 2권) 등 묵직한 연구서와 평전들이다. 한국언론사 전공 정진석(79)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2004년 퇴직 후 논문 200여편을 쓰면서도 '언론 조선총독부' '언론인 춘원 이광수' 등 저서와 공저·편저 포함 21권을 냈다. 국어학 전공인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2006년 퇴임 후 12년간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 '한글의 발명' 같은 학술서 18권을 출간했다. 여든 살 안팎 원로 학자 넷이 정년 후 낸 책만 100권에 이른다.


◇"자유롭게 전체를 조감하는 연구"

논문 실적에 얽매이지 않으니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 한영우 교수는 "현직 때는 연구비와 논문이 연결돼 있어 짧은 기간에 쓸 수 있는 작은 주제를 택해 글 쓰는 일이 많았다"면서 "은퇴 후엔 연구비 신경 쓰지 않고 넓은 시야로 전체를 조감하는 연구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정광 교수는 "예전엔 소속 학교에 누가 될까 봐 비난받을 수도 있는 독창적 연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다"면서 "개인으로 돌아오니 통설과 다른 학문적 내용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년 전 낸 '한글의 발명'에서 "한글은 중국어 발음 표기를 위해 만든 문자"라는 파격 주장을 폈다.

네 학자 모두 자신과 약속한 연구 목표가 있어 퇴직 후에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신용하 교수는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밝혀야 한다는 두 가지 연구 목표가 있어 침식(寢食)을 잊다시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교수는 "언론사(史)의 주요 인물과 매체 연구를 평생 해왔지만 아직도 쓸 주제가 많다"면서 "한국 언론 통사를 쓰려는 목표도 있다"고 했다.

◇'생산'의 공간, 개인 연구실

네 학자는 집 인근에 마련한 개인 연구실로 매일 출근한다. 한영우 교수는 서울 신림동 자택에서 15분쯤 걸리는 낙성대 인근 25평 아파트를 연구실로 쓴다.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4시 30분 퇴근하는 일을 반복한다. 정진석 교수도 퇴임 전 반포동에 개인 연구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책 읽고 글을 쓴다.

정광 교수는 집에서 5분 거리 중계동 오피스텔에 마련한 연구실에서 집필한다. 정 교수는 "자료를 보다가 몰랐던 이야기를 찾아낼 때 공부의 재미가 크다"고 했다. 신용하 교수는 자택인 서빙고동 아파트 같은 동(棟) 아래층에 연구실을 마련했다. 신 교수는 "아침에 연구실로 내려갔다가 몰입하게 되면 새벽 5시까지 책을 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몰두… "더 건강해졌다"

"현직 때보다 연구 능력이 더 좋아졌다"고 네 학자는 입을 모았다. 정광 교수는 "딴짓하지 않고 책만 보니까 높았던 혈압이 오히려 낮아지고 편두통이 사라졌다"며 "예전보다 독파력이 더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신용하 교수는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기쁨이 크다"면서 "간헐적으로 연속되는 기쁨 때문에 피로한 줄 모른다"고 했다.

정진석 교수는 "건강 비결이 따로 없다. 종일 글 쓰고 저녁때 간단히 운동하는 생활을 거듭할 뿐"이라고 했다. 한영우 교수는 "원래 약골 체질이라 율곡 선생이 삶을 마친 나이인 49세까지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든 살이 됐다"면서 "술도 못 마시고 운동도 안 하지만 연구에 몰입하니까 잡념이 사라져 건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 학자 모두 연구 외엔 다른 욕심이 없다. '노익장(老益壯)' 비결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7/2018060700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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