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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장거정 시대를 구하다
서평제목 원로칼럼: 늘 감사하는 삶
신문사 교수신문
게재일자 2018/08/27
관련기사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2554

늘 감사하는 삶


 오금성 서울대 명예교수·동양사학과
 승인 2018.08.27 16:19








지금까지 필자는 무슨 글을 쓰건 그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감사하여, 그것이 ‘마지막 세상에 남기는 글’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여 왔다. 다행히 그것들이 아직은 마지막 글이 안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나 모든 글은 未完인 채 발표하였으므로, 그 내용은 언제나 그 글을 마치는 시간까지의 필자의 인식에 지나지 않았다.

필자는 일생일대의 행운으로 역사학을 공부하고 강의하다가, 지금은 한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60년 가까운 학문생활을 해 오는 동안 세 부류의 스승을 만났다.

첫 번째 스승은 인생과 학문을 깨우쳐 주신 은사님이다. 학문 세계에서는 진정한 은사 한 분 만 모실 수 있어도 행운이라고들 하는데, 필자는 과분하게도 네 분의 은사를 모셨다. 학부 1학년 풋내기 역사학도에게, 선생은 한국사를 전공하시면서도,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중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김용섭 선생, 학부시절부터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필자에게 ‘지식인→사대부→紳士’로 이어지는 인식의 발전을 이어가게 하시고, 역사연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거시적인 방법과 미시적인 방법의 겸용을 일깨워 주신 故 민두기 선생, 동학제현들과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同學相長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신 고 야마네 유키오(山根幸夫) 선생, 그야말로 정치한 사회경제사 연구 방법을 일깨워주신 고 다나카 마사토시(田中正俊) 선생! 이 네 분의 스승이 계셨기에 지금 이 글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 네 분의 學恩을 깨달은 후부터는 그분들의 학은을 다음 세대의 연구자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해 왔다. 다만 하루 8시간 세미나를 하면서도 재미있게 강의를 이어가시던 다나카 선생의 수업방법만은 평생 이룰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스승은 필자에게 ‘切磋琢磨’를 통하여 학문적으로 성장하게 한 스승, 곧 서울대 동양사학과의 동료 교수들, 동양사학회와 명청사학회 同學들이다. 이분들이 앞과 뒤에서 끌고 미는 자극에 밀려 필자도 공부하는 시늉을 해왔을 뿐이다.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일찍이 자기만족의 타성에 빠져버렸을 것이다.

세 번째 스승은 ‘敎學相長’을 가능케 한 스승, 곧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과 학생들이다. 필자의 강의 내용은 그저 여러 길을 통하여 그들보다 먼저 얻은 자료를 모아 전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정년할 때까지도 강의 시간에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며 강의실에 들어가곤 하였다. 그러나 수업 도중에 가끔 나오는 예리한 질문이나 소박한 질문들은 필자에게 두 가지로 자극제가 되었다. 하나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면서 새로운 발상을 가능케 하였고, 또 하나는 강의와 연구에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늘 근신하게 하였다. 정년하고도 이미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늘 젊은 생각을 가지고 학문세계를 기웃거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분들의 격려와 자극 덕분이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이 세 부류의 스승 덕분에 명예롭게 정년을 할 수 있었다. 젊은 학생들과 늘 함께 생활하였기에 마음은 언제나 ‘二八靑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자로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다 가는 행운아’이고, ‘원없이 살다 가는 젊은이’이다.

그러나 필자의 학문적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 펴낸 『장거정, 시대를 구하다』(지식산업사)도 그 한 징표이다. 장거정은 16세기초기부터 반세기 이상 기울어가던 명나라를 중흥시킨 투철한 개혁가였다. ‘신념과 능력을 갖춘 탁월한 지도자’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오늘날, 그리고 ‘진정한 개혁의 롤모델이 필요한 이 시기’에 이 책이 하나의 거울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는 앞으로도 동학들이 靑於藍의 모습을 보이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기뻐하며 동학 제현들 사이에 끼어 공부를 계속하다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 ‘아멘’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눈감을 것이다.



오금성 서울대 명예교수·동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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