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문 서 평 내 용 보 기

도서명 자산어보
서평제목 [송재욱의 책 이야기] 손암과 민초들의 지식으로 만든 대표 수산 고문헌
신문사 뉴제주일보
게재일자 2021/04/15
관련기사 링크 http://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161900
자산어보(玆山魚譜)(지식산업사 1977)

정문기 선생, 일제 때 필사본 수집·정리
해방 후 국역 후 출판, 국내 첫 번역서
인류·문인류·개류·잡류 등 4개 대분류
석수어 등 55개 소항목 156종 생물 소개

‘자산어보(玆山魚譜)’(지식산업사 1977) 표지.


예전에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돈도 안 되는 사양(斜陽) 산업인 헌책방을 그것도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한다고 한걱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내 주변에는 많다. 그 분들 가운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으시면서 소장하고 있던 장서를 정리할 때 연락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에도 중국에 있을 때 인연이 있었던 분이 그 무거운 책 짐을 직접 포장까지 해서 중국 원서를 60상자나 보내 주셔서 책방 한편에 쌓고 있을 때, 학창 시절 은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몇 해 전에도 30여 상자의 장서를 주셨는데 남은 장서도 필요하면 가져가라는 말씀이셨다. 이에 중국 책은 풀어볼 새도 없이 부리나케 상경해서 촉박할 일정에 정신없이 포장해서 모두 30상자를 가져왔다.

그 후 몇 주 동안 책방 구석에 쌓인 그 상자들을 볼 때마다 그저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그제나 돼서야 박스를 열고 주신 책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평생을 애지중지하시던 장서를 나눠주신 것도 감사한 일인데 ‘그저 그런 책들’이라는 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책들이 무척 좋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소장하고 싶었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늘은 그 중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요즘 한창 상영 중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 책은 바로 다산 정약용의 형님인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58~1816) 선생이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다.

이 책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천주교와 관련되었다는 죄목으로 귀양 간 손암이 유배지였던 흑산도 연안의 물고기를 중심으로 한 해양 생물을 관찰하고 조사해서 정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학 관련 고문헌(古文獻)이다.

이번에 우리 책방에 입수된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학자인 정문기(鄭文基 1898~1995) 선생이 일제 식민지시기에 당시까지 알려진 ‘자산어보’ 필사본 네 종류를 수집하고, 그 내용을 조사 정리하여 새로운 원본을 작성해서 일어로 번역해 두었던 것을 해방 후인 1977년에 다시 국역하여 원문을 영인 첨부해 지식산업사에서 출판한 국내 첫 번역서이다.

이 어보는 크게 인류(鱗類 비늘이 있는 어류)·무인류(無鱗類 비늘이 없는 어류)·개류(介類 조개 등 딱딱한 껍질이 있는 종류)·잡류(雜類 해초 등 기타 해양 생물) 등 네 항목으로 대분류해서, 그 밑에 석수어(石首魚) 등 55개의 소항목을 두어 모두 156종의 생물을 소개하고, 각기 그 이름과 속명(俗名), 크기와 모양, 습성과 특징, 맛과 쓰임새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수록된 이청의 ‘청안’과 ‘우안’ 부분(民魚條).
이 번역서가 나온 후 얼마 전까지도 이 어보를 손암의 단독 저술로 보았지만, 지금 학계에서는 계속된 후학들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손암의 원본에 다산의 제자인 이청이 중국서적 등 다양한 문헌에서 찾은 추가 자료와 자신의 견해를 ‘청안’과 ‘우안’ 등의 형태로 보강하여 최종적으로 완성된 두 사람의 공저(共著)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찌 두 사람만의 노고뿐이겠는가. 손암이 서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숙식과 연구를 함께 했던 장덕순(張德順 일명 昌大)을 대표로 하는 당시 거문도 민초(民草)들의 축적된 지식이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으리라.


‘자산어보(玆山魚譜)’(지식산업사 1977)에 수록된 손암 정약전의 서문.




출처 : 뉴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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