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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우리 옛글의 놀라움
서평제목 [논설실의 서가] 옛 글에 새 길이 있다
신문사 디지털타임즈
게재일자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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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옛 글에 새 길이 있다
박영서 기자 입력: 2021-07-06 19:55




우리 옛글의 놀라움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통일신라 때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들의 주옥같은 한문학 작품들을 조명한 책이다. 최치원, 이규보, 이익,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황현 등 명문장가 51명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명문 87편을 모았다. 한국 문학사의 체계를 수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 조동일 교수가 탁월한 감식안으로 뽑은 글들이다. 저자는 짧고 깊은 옛글을 모아 이를 친절하게 해설하면서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이 얼마나 영롱한지를 보여준다.

한문으로 기록된 옛글은 교술(敎述)이라고 불린다. 교술은 편지, 제문(祭文), 명(銘), 찬(贊), 잠(箴), 기(記), 설(說), 문(問), 전(傳), 서(序), 잡저(雜著) 등 11가지 방법의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 금석에 새기는 '명'과 경계하는 글인 '잠'은 사물에 빗대어 자신의 심증을 표현하는 짧은 글이다.여기에는 깨달음과 깊은 성찰, 자기 반성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위백규의 '수자하'(水自下)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삶의 깨달음을 단 두세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덕무는 '쇠공이'(鐵杵)에서 이웃 노인이 쇠공이로 쌀을 빻아 가루를 만드는 것을 관찰하면서 느낀 통찰을 담담하게 이끌어 낸다.

비교적 장문(長文)인 '기'와 '설'에는 화자의 삶이 드러난다. '기'는 주변 경치의 묘사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기록한 산문이고, '설'은 어떤 문제에 대한 소견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규보는 '집수리'(理屋說)에서 집을 고치는 행위를 통해 행실을 바로잡는 것을 국정혁신으로 확대하고 있다. 장유는 '농민과 함께'(海莊精舍記)에서 명리(名利)를 잊고 바닷가 농장에서 땀 흘리는 자신의 삶을 예찬한다. 장유는 마치 자신이 농부가 된 것처럼 그 감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낙행은 '자리 짜기'(織席說)에서 노동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글이 곧 삶이나 인격이었던옛사람들은 글쓰기로 공감·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글공동체가 파괴된 오늘날, 이는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옛 글밭'에서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학문의 길'을 모색하는 저자는 책먼지에 파묻혀 있던 한문학의 진주를 발굴해 그 찬란함을 보여주었다. 책은 창조적 글쓰기를 고민하는 작가, 대학생, 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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