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문 서 평 내 용 보 기

도서명 경연과 성군 담론
서평제목 조선시대 왕권도 견제 당했다
신문사 문화일보
게재일자 2021/07/19
관련기사 링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71901031430119001
조선시대 ‘왕권’ 도 견제 당했다


▲ 조선 시대 왕세자가 스승인 서연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배운 내용을 평가받는 회강(會講) 장면을 그린 회강반차도(會講班次圖). 왕이 된 뒤에도 경연을 통해 신하들의 견제를 받았다.



권연웅 ‘경연과 성군담론’ 펴내
위임·절검 등 ‘聖君의 자격조건’
신하들, 경연통해 임금에 강조

19일로 20대 대통령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도 군주의 전제적 권력 행사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임금이 신하들과 문답을 이어가면서 유학의 경서와 역사를 공부한 경연(經筵) 제도가 그 통로였다. 주종 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신하들은 성군(聖君)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을 명분 삼아 왕권 견제를 시도했다.

권연웅 전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새 책 ‘경연과 성군 담론(지식산업사)’에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개인 문집 등 남아 있는 각종 자료를 샅샅이 뒤져 조선의 신하들이 경연을 통해 임금에게 강조한 성군의 자격조건을 분석했다. 권 전 교수가 ‘성군 담론’이라고 이름 붙인 이 자격조건은 5가지로, 그 첫째는 위임(委任)이다. 성군은 국정을 총괄하기만 할 뿐 실무는 신하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은 소인이 아닌 군자를 찾아내 재상에 앉히고, 재상은 대신을, 대신은 소신을 뽑아 업무를 맡김으로써 역할 분담을 하는 식이다. 위임의 반대는 임금이 몸소 국정을 처리하는 친정(親政), 즉 전제(專制)다.

성군의 둘째 덕목은 간쟁(諫諍), 즉 신하들의 바른말과 지적을 받아들이고 아첨은 물리치는 것이다. 여기에도 위임과 마찬가지로 군주의 독단과 전제를 견제하려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

셋째 덕목은 재이(災異)로, 각종 재난과 변고가 발생했을 때 임금이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덕목은 절검(節儉)으로,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고 세금을 덜 거두며 재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덕목은 수기(修己)다.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자신의 욕망을 조절해 예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중국의 역대 왕조는 물론 조선 역사 전체를 봐도 이 5가지 자격조건에 다 부합하는 군주의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성군 담론’을 신하들의 ‘임금 길들이기 프로그램’으로 평가한다. 세종과 영조, 정조 등 성군으로 불리는 군주들조차 성군 담론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는 ‘성군 담론’을 이상 정치 실현을 위한 신화(神話)로 봐야 하는 이유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자유·평등·정의 같은 원칙들은 현대의 신화”라며 “모든 사람이 자유·평등·정의를 누리는 세상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겠지만, 우리가 이런 가치를 믿고 실현하려 노력하면 세상을 다수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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